가공식품·외식 물가 상승 속도 역대급…하반기에 더 크게 오르나

이윤주 기자

2011년 물가 급등기 오름세 추월

국제 곡물가 반영 갈수록 빨라져

저소득층 경제적 부담 커질 우려

최근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과거 급등기보다 가파르게 올랐을 뿐 아니라, 올 하반기엔 더 큰 폭으로 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밥상 물가는 한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관련 지출 비중이 큰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21일 ‘최근 애그플레이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하고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주요 생산국의 수출제한 등으로 국제 식량 가격의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식량 급등기에 가공식품 가격으로의 파급 시차가 단축되고 상관관계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에 비춰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 중 오름세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쟁과 각국의 수출제한 등으로 곡물과 육류 등의 가격이 올랐는데, 원재료에 해당하는 식량 가격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으며 한국은 식량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속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가공식품 가격의 누적 상승률은 전년 말 대비 4.4%로 집계됐다. 이는 가공식품 가격이 급등했던 2011년 4월 상승률(2.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5월에도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4.8%)은 2011년 5월보다 0.6%포인트 더 높았다.

외식 물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외식 물가의 10개월간 누적 상승률도 지난 5월(6.8%·2021년 7월 이후 10개월)이 2011년 6월(4.3%·2010년 8월 이후 10개월)을 크게 넘어섰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올해 가격 오름세는 2011년 급등기의 오름세를 상회했다”면서 “특히 식량 가격 급등이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지고 상관관계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나 남미 등 곡물 주산지의 이상기후로 파종이 차질을 빚고 있어 작황 부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미국 내 옥수수 파종이 예년과 비교해 크게 지연되고, 겨울 밀의 양호·우수 등급 비중은 올해 5월 28%로 지난해 같은 달(48%)보다 낮아졌다. 더구나 수입 비중이 큰 일부 농축수산물 가격에 달러 강세까지 반영돼 가격 상승폭은 더 커지고 있다. 한은은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은 식량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국내 물가에 파급돼 올해 하반기 중 물가 상방 압력을 더할 것”이라며 “이런 상승 압력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가공식품 및 외식 가격은 한번 오르면 쉽게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높아진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을 구성하는 품목들의 대다수는 구입빈도가 높고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 품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체감물가를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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