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스타트업 기술도용 논란...‘무엇이, 무엇이 똑같은가’

정유미 기자

롯데헬스케어와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기술도용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영세업체가 개발한 영양제를 일정량 공급해주는 ‘디스펜서’ 기술을 롯데가 도입하고 싶다고 접근해온 뒤 기술을 가로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알고케어는 “기술 방식이나 디자인 등을 롯데가 투자를 빌미로 접촉한 뒤 정보를 가져가 따라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반면 롯데는 “적용 기술이 다르고, 디자인은 이미 다른 업체에도 있던 것”이라고 반박한다.

롯데헬스케어(왼쪽)와 알고케어의 영양제 공급기(디스펜서) 모습.      연합뉴스

롯데헬스케어(왼쪽)와 알고케어의 영양제 공급기(디스펜서) 모습. 연합뉴스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19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롯데헬스케어가 자사가 개발 중이던 카트리지 방식의 영양제 디스펜서(정량 공급기) 제품을 도입하고, 투자하겠다며 미팅을 제안한 뒤 사업 전략 정보를 획득·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롯데 측이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전시회 ‘CES 2023’에서 공개한 ‘필키’가 알고케어의 카트리지 구조와 원리, 디스펜서 컨셉 등을 닮았다는 게 구체적 근거다. 알고케어는 자사 제품으로 CES에서 2021년부터 올해까지 혁신상을 받았고 올 3월 출시까지 앞두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이에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2021년 8월 롯데지주 산하 신사업팀에서 출범한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 측과 그해 9월 투자를 목적으로 사업방안을 논의했으나 한달 뒤인 10월 제품 상용화와 가격 경쟁력 등 사업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방침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롯데 측 관계자는 ““알고케어의 카트리지는 영양제 토출방식이 4㎜로 한정돼 별도로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등 일반 영양제를 사용할 수 없어 투자논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영양제 디스펜서(정량 공급기) ‘카트리지’ 방식이다. 디스펜서 카트리지란 프린트 잉크를 교체할 때 쓰는 카트리지처럼 비타민 A·B·C 등 영양제를 나눠서 담은 장치를 말한다.

알고케어는 카트리지에 ‘메모리 반도체 칩’을 넣고 있다. 메모리칩에는 영양제의 양이나 원산지, 교체시기 알람, 자동 배송, 냉장, 제습, 밀봉 기능 등이 담겨있다. 롯데는 그러나 메모리칩이 아닌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RFID 스티커’(휴대폰이나 카드키 등)를 사용하고 있다. 유통기한과 제품 성분 등만 간략히 넣고 있어 알고케어의 주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외관 디자인 등도 논란이다. 해외 제품의 경우 앞이나 아래에 문을 두고 카트리지를 교체하지만, 알고케어는 ‘위에서’ 뚜껑을 여는 방식으로 롯데 제품과 같다. 롯데는 이와 관련 프리아(2019년)·뉴트리코(2020년) 등 해외에 이미 상당수 제품이 출시돼 있고 보편적이라고 주장했다. 외관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한 알고케어 제품이 되려 메다큐브(2016년) 등의 제품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사업아이디어를 빼내기 위해 투자를 미끼로 롯데 측이 알고케어에 접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와 미팅하기에 앞서 유명 컨설팅 업체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 등 신사업 로드맵을 갖추고 있었고 증거자료 역시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비롯해 기술분쟁조정 등에 나섰다.

중기부 관계자는 “두 기업이 조정에 실패할 경우 중소기업의 소송 비용을 지원하고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등 타부처 신고를 위한 법률 자문도 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양측의 주장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료 등 전문가와 면밀하게 사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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