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올해 국내 경기···정부는 ‘낙관론’, 민간은 ‘글쎄’

이창준 기자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품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품들. 연합뉴스.

올해 국내 경기가 유례없는 보릿고개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최근 일각에서는 생각보다 침체 흐름이 거세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는 ‘상저하고’론을 거론하며 상반기만 잘 버티면 경기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기관들은 하반기 경기가 더 나빠질 우려가 크다며 ‘상고하저’론을 내세우며 섣부른 낙관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 반등”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역성장을 기록한 국내 경제는 올해 상반기 중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 하반기 이후부터는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1.6%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는데, 정부는 이 중에서도 지난해 금리 인상 효과가 두드러지는 상반기에 어려움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 때문에 경기가 상반기에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반등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예산의 70%를 상반기에 앞당겨 집행하는 등 상반기에 집중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판단에서다.

한국은행 역시 같은 예측을 공유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반기별 GDP 성장률 전망치는 상반기 1.3%, 하반기 2.1%로 각각 추계됐다. 한은은 “하반기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수출 증가세도 둔화 흐름이 이어지다가 하반기 이후 중국과 IT 경기 부진이 완화하면서 반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때아닌 낙관론···상반기도 견딜만 하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대외 경제 여건이 예상보다 긍정적인 추세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상반기조차 그렇게 큰 침체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해 미국 4분기 성장률은 2.9% 집계되며 종전 전망치(2.8%)를 소폭 웃돌았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5일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며 “(경기) 연착륙을 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같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연말을 지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최근에 국내 소비지표들도 속보치 보면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증시는 예상과 달리 연초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7일 뉴욕 증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0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25%), 나스닥지수(0.95%) 모두 상승 마감했다. 같은 날 코스피 지수도 월간으로 보면 2년여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25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진짜 보릿고개는 하반기?···“재정공백 발생 우려도”

지난 1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지난 1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민간 기관들은 이 같은 기대가 ‘희망고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초 정부 예측과 달리 오히려 하반기에 경기가 더 악화되는 ‘상고하저’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경영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은 상반기 1.6%, 하반기 1.3%를 거쳐 연간 1.4%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국내 경제가 연간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노무라 증권 역시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수준에서 금리 상단이 결정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 타격으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하반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영무 LG 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높아진 금리가 실물 경제 소비나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걸리는 시차는 짧으면 반년, 길면 1년이라는 게 전문가들 사이의 컨센서스(일치된 의견)”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아직 확 꺾이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도 꽤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위기를 막기 위해 집중적으로 재정을 조기집행한 것이 하반기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 조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도 내수나 수출이 상반기보다 나빠질 경우 상반기 재정을 많이 집행한 탓에 재정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상고하저 흐름이 현실화되면 하반기에는 추경(추가경정) 예산이 편성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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