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만 문제인가···반도체도 ‘중국 리스크’ 상존

김상범 기자
지난 6일 고양시 덕양구 한 비료 창고에 요소 비료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고양시 덕양구 한 비료 창고에 요소 비료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중국발 ‘요소 공급 우려’가 또다시 대두된 가운데, 국가 핵심산업인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다수 원재료들도 중국산 비중이 최근 5년간 부쩍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정용 일부 재료가 상당 부분 중국산으로 대체된 데다, 실리콘웨이퍼 같은 원재료 역시 저가를 주무기로 앞세운 중국 제품이 빠르게 침투한 결과다. 무려 80~90%대인 2차전지 소재까지 더해 높은 대중 의존도는 산업계 부담이 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6일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0월까지 네온 수입액 1619만 달러 가운데 중국산은 1316만 달러(81.3%)로 집계됐다. 2018년 17.7%에서 5년만에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네온은 반도체 노광공정(웨이퍼 위에 회로를 빛으로 새기는 작업)에 쓰이는 특수가스다.

반도체 회로의 패턴 중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식각공정’에 쓰이는 크립톤·제논도 마찬가지다. 크립톤의 중국산 비중은 2018년 13.1%에서 올해 43.2%로 대폭 늘었다. 제논도 같은 기간 5.0%에서 64.0%로 급증했다. 제논의 경우 중국산 수입액은 2018년 180만 달러였으나 지난해 2억3909만 달러로 무려 100배 넘게 급증했다.

반도체 공정용 희귀가스는 원래는 주로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전쟁 발발로 갑작스러운 품귀현상을 겪으면서 크립톤·제논은 약 5배, 네온은 50배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그러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산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중국산으로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도 중국산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중국산 웨이퍼 수입액 비중은 3.3%에 불과했으나 불과 5년만에 24.3%로 늘었다.

반면 기존 웨이퍼 강자였던 일본산 비중은 같은 기간 52.8%에서 36.4%로 급락했다.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웨이퍼 기업들을 밀어주고 있는 데다, 일본산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면서 한국 시장을 점차 잠식해 나가는 양상이다.

2차전지 분야에서도 핵심 재료로 꼽히는 인조흑연(93.3%), 산화리튬·수산화리튬(82.3%) 등의 중국산 의존도는 더 높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용 가스나 소재 등은 2019년도 일본의 수출규제로 곤욕을 치르고 난 뒤 어느 한 국가에 쏠리지 않도록 공급처를 다원화해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로지 중국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제논을 공급받을 예정이며,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부터 전체 네온 사용량의 40%를 국산으로 대체했다. 내년에는 네온 전량을 국산품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반도체 산업에 깊숙이 얽혀 있는 중국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 중국이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용 가스 등은 원재료를 가져와 추가로 순정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중국에서 공급망 관련 사태가 벌어진다고 해도 반도체 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1차적으로 국내 가공업체들에게 타격이 가는 구조”라며 “해당 납품업체들에게 잠재적인 리스크가 항상 있을 수밖에 없어서 공급망 다각화도 숙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