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호황에 ‘PF 보증’ 늘려온 증권사 ‘고통분담’ 외면

박채영 기자

2013년 PF대출 채무보증 5조서 9년 새 24조로 ‘눈덩이’

자금시장 경색에도 대응책 미적…“자구 노력을” 지적

부동산 호황에 ‘PF 보증’ 늘려온 증권사 ‘고통분담’ 외면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경색된 자본시장에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부동산시장 호황에 편승해 몇 년간 부동산 PF로 수익을 봐왔던 금융권, 특히 증권사에 대한 ‘도덕적 해이’ 논란도 일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이다. 2013년 말 35조2000억원에서 3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은행에 비해 보험사, 여전사, 저축은행의 PF대출 잔액이 크게 증가했다.

증권사의 PF대출 잔액은 2013년과 올해 6월 말 모두 3조3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PF대출 관련 채무보증 규모가 크게 늘었다. 증권사의 PF대출 관련 채무보증 규모는 2013년 5조9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4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권사는 자금을 조달하려는 부동산 시행사가 유동화전문회사(SPC)를 끼고 PF대출 채권을 담보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면 이에 대해 채무보증을 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겨왔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는 위험도는 높지만 고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는 브리지론(사업인가 전 대출)이나 중·후순위 부동산 PF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문제는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부동산 버블도 가라앉으면서다. 고금리에 원자재가 상승으로 공사가 잇달아 중단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로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자 유동화증권의 차환이 중단됐다. 이 증권들은 채무보증을 섰던 증권사들의 책임이 됐다. 지난 18일 400억원 규모의 완주 ABCP가 차환에 실패하면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직접 전액 매입하기도 했다.

금융사들은 채권시장 발작을 촉발시킨 강원도의 채무불이행을 비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하게 파티를 벌였던 증권사들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가 도화선이 되기는 했지만, 불을 붙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은 부동산 PF 투자를 늘려온 증권사들에 있다”며 “당사자들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자사의 이해를 먼저 내세우며 고통분담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별개로 금융투자업계는 1조원 규모의 ‘제2 채안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증권사들이 출자를 해야 하는데 이날 9개 주요 증권사의 모임에서는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이 위기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출자가 어렵다고 서로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금융권은 정부가 마련한 50조원+α가 부족하다며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시장부터 살려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라면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추가적인 정부 지원을 요구할 때 명분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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