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해소 위해 확대 불가피”
일부 기업, 채권 발행 늦춰
고금리에 높은 신용등급으로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는 한국전력이 26일 또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특히 한전 회사채 발행금리가 6%대에 육박하면서 일반 회사채는 외면받는 ‘구축효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전은 이날 연 5.9% 금리로 2년 만기 회사채 200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6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이날 기준 올해 한전채 발행 물량은 23조49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발행액(10조3200억원)의 2배를 넘겼다. 올해 초 2%대 중반이었던 3년 만기 한전채 금리도 이달 25일에는 5.9%까지 치솟았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이후 약 14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신용등급 AAA급 한전채의 발행금리가 6% 돌파를 앞두면서 일부 기업은 채권 발행시기를 늦추는 등 회사채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여당에서 한전 회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전의 자금 조달 창구인 채권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높은 금리 수준에도 지난 25일 2000억원어치의 3년 만기 한전채가 최종 유찰됐다. 연 5.99%인 2년 만기 한전채도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8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지난 17일에도 한전은 4000억원 규모의 2·3년 만기 한전채 발행에 나섰지만 1200억원어치가 유찰된 바 있다. AAA등급의 한국가스공사 채권도 지난 24일 투자자를 찾지 못해 발행이 취소됐다.
뛰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 적자가 불어나자 해소책으로 회사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 처지지만 이는 위험에 빠진 회사채 시장을 더 어지럽힐 요인도 되고 있다.
현행법상 한전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인데, 영업손실이 커질수록 그 한도는 줄어들어 연말이면 회사채 발행 여력이 거의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한전채 발행 한도를 5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도가 높은 공기업으로 회사채 수요 쏠림 현상이 우려되지만 물가 상승으로 당장 큰 폭의 요금 인상도 어려운 만큼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이자 비용으로 5199억원이 발생했다.
이자 부담에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회사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회사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으면 한전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