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안심’ 못할 금리·조건…3차 전환대출, 이유 있는 흥행 실패

유희곤 기자

1차·2차 때와 무엇이 달랐나

주담대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제도
2015년 첫 도입 땐 파격적 금리
소득 요건·주택수 제한 없어 ‘인기’

금리 인상기에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제3차 안심전환대출(우대형) 신청이 지난해 말(12월30일) 끝났다. 정부는 애초 25조원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신청액은 38% 수준인 9조원대에 그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시작된 지난해 9월 연 2.50%로 1년 전(0.75%)보다 1.75%포인트 올랐고 연말에는 3.25%까지 올랐으나 출시 초기 금리 조건(연 3.80~4.00%)이 파격적이지 않았고, 지난 2년간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대상 주택 가격은 3년 전보다 낮은 6억원으로 묶인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안심전환대출이 처음 나온 것은 2015년이다. 차주가 변동금리·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연 2%대(2.53~2.65%)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상품이었다. 전년도 1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3.33%였던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소득 요건이나 주택 보유수 제한도 없었고 주택 가격 한도는 9억원, 대출 한도는 5억원이었다.

공급 첫날인 2015년 3월24일 은행은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하거나 문의하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은행 창구에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은 탓에 개점 시간 전부터 지점에 줄서서 기다리는 고객이 많았다. 당국은 공급액을 20조원에서 31조7000억원까지 확대했다.

첫 번째 안심전환대출을 받은 차주 중 현재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경향신문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요청해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2분기까지 상환액은 전액 상환 기준 10조9650억원, 전체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전액 상환은 보유 주택을 처분했거나 다른 대출 상품으로 갈아탔다는 의미이다.

연도별로 보면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상환액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다. 2016년 상환액이 2조174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2017~2019년에는 각각 1조8608억원, 1조5850억원, 1조3663억원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2020년 1조8038억원으로 다시 증가했고 2021년 상환액은 1조968억원이었다.

이 기간 한은 기준금리는 2015년 3월 연 1.75%에서 그해 6월 1.50%로 낮아진 후 2018년 10월까지 1.25~1.50%를 유지했다. 2018년 11월 다시 1.75%로 올랐지만 이듬해 7월 다시 1.50%로 낮아졌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3월부터 2021년 10월에는 기준금리가 0%대(0.50~0.75%)를 기록했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 기준 연 5.08~7.72%였다. 제1차 안심전환대출 이용 차주가 보유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대출도 갈아타지 않았다면 연 3%포인트 이상 금리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2019년엔 ‘주택 가격 저가순’ 선정
20조 공급에 73조9000억 수요

제2차 안심전환대출은 2019년에 출시됐다. 금리는 연 1.95~2.20%로 더 낮아졌고 대환 대상에 제2금융권 대출도 포함됐다. 대신 부부합산 기준 연 8500만원의 소득, 1주택 이하의 보유 주택수 요건이 각각 추가됐다.

안심전환대출은 다시 흥행했다. 2주간 신청 건수 63만5000건, 금액은 73조9000억원으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공급 규모 20조원의 3.7배에 달했다. 선정 기준이 ‘선착순’에서 ‘주택 가격 저가순’으로 달라지면서 실제 대상 주택 가격의 상한선은 2억1000만~2억8000만원 수준이 됐다. 대환 신청액도 평균 1억1600만원이고 1억원 이하가 절반(50.3%)을 차지했다.

대상·한도 낮춘 작년엔 목표 미달
신청자 절반이 6대 은행 차주

금융당국은 지난해 제3차 안심전환대출의 대상과 한도를 낮췄다. 주택 가격은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대출 한도는 5억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낮췄다. 대신 소득 요건을 연 8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리고 안심전환대출을 사용하다가 3년 내에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때 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앴다.

금리는 연 3.80~4.00%였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품 출시 한 달 전인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2015년 안심전환대출은 금리가 5대 시중은행의 직전 12개월 평균 대출금리보다 0.78~0.98%포인트 낮았지만 3차 때는 그보다 높은 수준이되 저축은행 대출금리보다는 0.95~1.25%포인트 낮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은행업권보다는 저축은행 등의 차주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3차 안심전환대출 신청분 중 6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7.8%였다.

금융당국은 제3차 안심전환대출 실적이 목표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거나 자산이 적은 계층을 수혜 대상으로 삼은 만큼 정책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인데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이 같은 목표도 온전히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분기 출시 앞둔 특례보금자리론
소득 제한 없어 DSR과 충돌 논란

정부는 올해에 한해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통합한 특례보금자리론을 1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차주의 소득에 관계없이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한편에서는 연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총소득의 40%(비은행권 50%)를 넘지 못하게 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하면서 소득 요건에 상관없이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운영하는 게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나눠서 갚는다’는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이 DSR 무력화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금리 등 상품 설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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