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분야 ‘릴레이 인터뷰’

“올해 기준금리 인하 시작…그래도 2010년대 같은 ‘저금리 시대’ 회귀는 어렵다”

유희곤 기자

④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연구원 사무실에서 미국의 연준과 시장 금리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연구원 사무실에서 미국의 연준과 시장 금리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인플레이션 수준 목표치 도달
연준, 올해 0.25%P씩 4번 내릴 듯
한은은 하반기 두 번 낮출 가능성

탈세계화·인구구조 변화 ‘진행형’
물가에 미칠 영향 가늠 어려워

국내외 경제학자와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내릴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해 12월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하며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8회 연속 유지한 후 “추가 인상 필요성이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관건은 ‘언제, 얼마나, 어떤 속도로 내리느냐’이다.

지난 11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미국이 올해 4번·내년 2번, 한국은 올 하반기 2번·내년 상반기 1번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저금리 시대’라고 볼 수 있는 2010년에 비해 (명목)균형금리(중립금리)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리 인하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균형금리는 경기를 부양하거나 위축하지 않는 단기금리 수준이다. 과거와 같은 저금리 시대로 돌아가기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 한국은 2021년 8월부터, 미국은 2022년 3월부터 시작한 금리 인상 주기가 끝나고 올해부터 인하한다는 시장의 기대가 크다.

“미국이나 한국 모두 올해 경제성장세가 잠재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인플레이션도 각 중앙은행 목표치에 부합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까지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경제가 균형 상태에 근접하는 만큼 기준금리도 이에 맞게 낮출 것이다. 경제여건을 고려하면 (미국이) 굳이 기준금리를 5.50%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

- 구체적인 인하 시기와 폭은 어떻게 예상하는지.

“연준은 올해 4번·내년 2번, 한은은 올 하반기 2번·내년 상반기 1번 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출 것으로 본다. 다만 현재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어느 정도 선반영한 측면이 있어서 하락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2010년대와 같은 저금리 시대로 돌아가기는 만만치 않다고 본다.”

-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시장연구원이 거시경제 여건과 채권시장을 분석한 결과 미국과 한국 모두 균형금리가 2010년대보다 높아졌다. 미국은 3%대 중반, 한국은 2%대 중후반 수준으로 추정한다. 시장의 평가도 비슷한 수준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탈세계화 등 경제구조적 요건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균형금리가 오른 만큼 인하 폭은 작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기준금리가 5%인데 균형금리가 2%라면 경기침체나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는 한 3%포인트까지 낮추겠지만 균형금리가 3.5%라면 인하 폭은 최대 1.5%포인트 수준이다.”

- 자본시장연구원이 예상하는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얼마인가.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각각 1%대 중반과 2%대 초반, 한국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각각 2% 내외와 2%대 중반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정부가 전망한) 2.2%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구체적인 수치는 오는 25일 열리는 ‘2024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발표할 예정).”

- 올해 주요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내 경기의 주요 하방 위험요인으로 국내 부동산·건설업 부진 가능성,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 반등 여부, 지정학적 위험 증가 등을 고려하고 있다.”

- ‘두 개의 전쟁’ 등에도 뉴욕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GSCPI)는 지난해 10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탈세계화의 영향은 제한적인 것 아닌가.

“학계의 다수설은 세계화가 과거 저물가 기조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고, 이런 기조로 보면 탈세계화도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 결과 세계화는 중앙은행의 물가 관리와 함께 저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탈세계화 혹은 재세계화는 인플레이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최근 몇년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이 강한 긴축을 해 수요를 조정한 시기다. 탈세계화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가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올해는 모두가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다. 긴축 효과가 사라진 후에도 과거처럼 비용을 낮춘 공급으로 수요를 탄력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에는 탈세계화나 인구구조 변화가 먼 미래의 일이었지만 현재는 ‘진행형’이고 어디까지 물가에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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