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넘어 ‘생활 플랫폼’ 진화하는 배민·요기요…영역 확장 ‘잰걸음’

김은성 기자
배달앱 넘어 ‘생활 플랫폼’ 진화하는 배민·요기요…영역 확장 ‘잰걸음’

기존 배달 출혈 경쟁 적자 폭 커져
‘퀵커머스’ 등 늘려 수익 다변화

배민은 ‘B마트’ 등 서비스 확대
요기요, ‘요기패스’로 성장 모색
골목상권 침해 논란 해결이 숙제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2위 업체인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가 e커머스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배민은 올해 3월 국내 배달 앱 중 최초로 음식 특화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한 데 이어 퀵커머스(장보기 즉시 배달 서비스)의 시초인 ‘B마트’를 늘리며 커머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GS리테일과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인수한 요기요는 이종산업과 협업해 ‘하이퍼 로컬(지역 밀착) 커머스 플랫폼’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는 지난달 온라인으로 개최한 ‘우아한테크콘서트’에서 “배민은 더 이상 음식 배달앱이 아니다”라며 “배달앱을 넘어 e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배민은 내년 중 이용자마다 다른 홈 편집을 적용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 음식 배달 넘어 생활 플랫폼으로

배민은 단순 음식 배달에서 나아가 ‘배민쇼핑라이브’와 ‘B마트’, 전국 맛집 음식을 밀키트 형태로 배달하는 ‘전국별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해왔다. 그 결과 올해 1~3분기 앱 누적 결제금액 순위에서 배민은 네이버와 쿠팡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20대가 가장 많이 결제한 앱 1위에 올랐다. 올해 3월 시작한 배민쇼핑라이브는 동네 맛집부터 대형 식품회사까지 눈독을 들이는 푸드 전문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민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누적 방송 수는 688편, 시청 수는 4942만회를 기록했다. 방송당 평균 시청 수가 7만건을 웃돈다.

도심형 물류창고인 B마트도 확장했다. 배민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대전에 30여개의 B마트를 운영하며, 자체브랜드(PB) 등 7000여개의 제품을 판매한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 지역에 매장 5곳을 더 늘렸다. 배민 관계자는 “(장보기 즉시 배달) 수요가 늘어난 지역의 배달 반경을 줄여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과 사모펀드로 구성된 컴바인드딜리버리플랫폼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요기요(위대한상상)는 지역 밀착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기로 했다. 배달앱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동네 작은 가게도 파트너사로 만들어 함께 성장하는 생활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다.

요기요는 지난달 배달앱 최초의 멤버십 할인 구독 서비스 ‘요기패스’를 내놨다. 요기패스는 요기요 앱 주문 시 기본 할인을 제공하고, 쇼핑·레저 등 다양한 서비스 제휴로 멤버십 할인을 더해 요기요 안에서 일상에 필요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다. 또 배달앱에선 처음으로 편의점에 이어 마트 제품을 즉시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요기요를 인수한 GS리테일이 퀵커머스와 유사한 ‘우리동네 딜리버리’ 서비스를 운영해온 만큼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GS리테일은 1만4688개 GS25 점포와 320여개 GS더프레시 매장을 갖고 있다. 요기요 인수 당시 GS리테일은 “GS더프레시에 퀵커머스를 결합해 퀵커머스의 한계로 여겨지던 상품 구색을 확대하고 가격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요기요는 음식 외에도 생활용품과 뷰티, 반려동물 상품 등 빠른(30분 이내) 배송 품목을 늘리고 있다. 요기요는 빠른 배송을 위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요기요는 단건 배달 대신 인공지능(AI) 배차 서비스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통해 라이더에게 효율적인 배달 동선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 개발을 위해 요기요는 300여명에 이르는 연구개발센터 인력을 3년 내에 1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 새 성장동력으로 수익 다각화

양사가 음식 배달을 넘어 e커머스에 도전하는 이유는 수익 다각화 때문이다. 배민은 지난해 매출이 약 1조5000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손실도 11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단건 배달 출혈경쟁으로 적자폭이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기요와 쿠팡이츠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에 반해 배달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단건 배달로 급성장한 쿠팡이츠를 비롯해 퀵커머스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유통 대기업들이 대거 참전했다.

배달업계는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퀵커머스가 국내에서도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판 배민인 도어대시의 대시마트, 딜리버리히어로의 디마트 등이 유명하다. 해당 마트는 24시간 편의점 역할을 하면서 생필품과 응급약 등 배달 가능한 모든 품목을 팔며 배달앱의 영업손실을 줄이고 있다. 중국 배달앱의 양대 산맥인 메이투안과 어러머도 마트를 만들어 건강기능식품과 생필품, 레저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파는 e커머스로 성장했다.

다만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퀵커머스가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고, 소상공인은 퀵커머스의 중기 적합업종 지정을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Blur) 현상으로 배달앱이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공통적 추세”라며 “비싸도 소량의 생필품을 빠르게 배달받고 싶어 하는 수요에 맞춰 새 시장을 창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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