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급한 쌍용차, 시간만 낭비했다

고영득 기자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무산’…매각 절차 원점에서 다시 시작

28일 ‘인수·합병 계약 해제’ 공시
대금 납부 기한 넘겨 자동 파기
시장선 “매출 32배, 애초에 무리”
에디슨모터스 “불복” 가처분신청

새로운 인수자 나설 가능성 낮고
공적자금 투입도 쉽지 않을 전망
청산 땐 400여 협력사 연쇄 도산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18년 만에 국내 기업 품에 안길 뻔했던 쌍용차는 다시 새 주인을 찾아 나서게 됐다.

쌍용차는 28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의 인수·합병(M&A) 투자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에디슨모터스 측이 기한 내에 인수대금을 내지 않아 투자계약서에 따라 계약이 자동적으로 파기된 것이다.

에디슨모터스는 회생계획안을 심리하는 관계인 집회 개최일 5영업일 전인 지난 25일까지 인수대금을 완납해야 했다. 그러나 에디슨모터스는 계약금 305억원을 제외한 잔금 2743억원을 납입하지 않았다. 에디슨모터스는 관계인 집회일을 5월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에디슨모터스는 ‘계약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는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해당 사모펀드가 투자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채권 약 5470억원의 1.75%만 현금으로 변제하고 나머지 98.25%는 출자 전환한다는 회생계획안을 두고서도 시끄러웠다. 상거래 채권단은 인수자를 다시 선정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쌍용차 노조도 자금 조달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며 인수 반대 의견서를 냈다.

자동차업계에선 에디슨모터스가 충분한 자기 자본 없이 외부 자금으로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버스를 주로 생산하는 에디슨모터스의 2020년 기준 매출은 약 897억원이다. 같은 해 쌍용차의 매출은 2조9297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자금력 등을 의심받은 터라 계약 무산은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해 운영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점도 불신을 키운 요인이 됐다.

쌍용차가 M&A를 재추진하더라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해에도 자금력을 앞세운 SM(삼라마이다스)그룹이 ‘깜짝 등판’해 쌍용차 매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막판에 발을 뺐다. 부채 변제 및 운영자금으로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해도 경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날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전기 중형 SUV) J100을 6월 말 출시할 예정이고 수출 주문이 크게 증가하는 등 재매각 여건이 현저히 개선됐다”며 “경쟁력 있는 인수자를 물색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법정관리 중에 M&A를 추진할 수 있는 기한은 오는 10월15일까지다. 인수자가 없으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400여개에 달하는 쌍용차 협력사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할 수도 있다.

정부가 산업은행 등을 통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명분상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중국 상하이자동차(2004년)와 인도 마힌드라(2010년)에 매각됐다가 또다시 경영난에 빠진 쌍용차를 세금으로 살릴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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