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 상반기 세계 수주 ‘절반’ 쓸어담은 날…“하청 파업 부담” ‘비상경영’ 선언했다

서울 | 김상범 기자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한 LNG선.  한국조선해양 제공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한 LNG선. 한국조선해양 제공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절반에 가까운 세계 선박 주문을 쓸어담으며 4년만에 수주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반면 이런 가운데도 국내 조선사 ‘빅 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은 6일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사업장 점거 등을 이유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국 조선업이 선박 수요 증가로 수주는 늘려가고 있지만, 만성적인 적자 구조와 인력난, 하청노조와의 갈등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발주량 2153만CGT(총 화물톤수) 가운데 한국이 45.5%(979만CGT)를 수주해 중국(926만CGT·43%)을 앞섰다. 한국이 상반기 누계 수주량 1위를 기록한 것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국내 조선업의 수주 강세를 견인했다. 상반기 발주된 LNG 운반선 89척 가운데 한국이 63척(71%)을 따냈다.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LNG 운반선 가격도 나날이 뛰고 있다. 이날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계약한 LNG 운반선 3척의 계약 상대를 바꿔 재계약했다고 공시했다. 3척의 선주가 바뀌면서 계약금액은 총 6196억원에서 총 9423억원으로 뛰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LNG 운반선 분야의 높은 기술경쟁력을 갖고 있어 하반기에도 카타르 프로젝트 등을 중심으로 수주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의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우선, 일감이 넘쳐나지만 수익구조 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분기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13% 늘었다. 반면 적자폭은 오히려 커졌다.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이에 따른 손실충당금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선박 대금을 몇 단계로 나누어 수령하는 조선업의 특성상 수주 실적이 늘어도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날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연속적인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올 1분기 말에는 부채비율도 547%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이 6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선박 건조시설 1 독(도크) 내 건조 중인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에서 농성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이 6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선박 건조시설 1 독(도크) 내 건조 중인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에서 농성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또 “하청지회의 도크 무단점거로 인한 초유의 진수 연기가 4주 차에 접어들어 공정지연으로 인한 전후 공정의 생산량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는 등 회사의 존폐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로 이뤄진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한달 넘게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옥포조선소 1도크(선박 건조대)에서 진수를 기다리고 있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 임금은 조선업 구조조정이 단행된 2016년이나 지금이나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이러한 저임금 구조를 깨야 현장의 인력난이 해결된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회사도, 노조도 조선 현장의 인력 부족이 당면과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수주 시점과 건조시점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지만 6개월 뒤부터는 (인력이)모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대우조선해양이 비상경영을 선언했음에도 하청노조와의 교섭 상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하청업체와 하청업체 직원 간 교섭에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하청업체들에게는 임금인상 등 실질적인 권한이 없으며, 결국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기성금(도급 단가) 인상 등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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