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걱정 끝! KT, 무선 양자암호 ‘문서공유 플랫폼’ 상용화

제주 | 구교형 기자

제주국제대 학생회관~토목공학과 설비 가동

KT 융합기술원 이민수 선임연구원(왼쪽)과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최원석 연구원이 제주국제대 학생회관에 구축된 무선 양자암호통신 인프라를 점검하고 있다. KT 제공

KT 융합기술원 이민수 선임연구원(왼쪽)과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최원석 연구원이 제주국제대 학생회관에 구축된 무선 양자암호통신 인프라를 점검하고 있다. KT 제공

18일 오전 11시 제주국제대 학생회관 512호 사무실. 이 대학 최원석 연구원이 340m 떨어진 제7공학관 토목공학과 사무실에 휴대전화를 걸어 “파일 업로드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왼쪽에 비치된 대형 삼각대 위의 양자암호키분배(QKD) 송신장비가 복제 불가능한 암호키가 담긴 광자(빛 알갱이)를 쐈다. 이어 토목공학과 사무실에 있는 수신장비는 이를 인식해 동일한 암호키를 받았다.

통화 시점으로부터 2초 후 학생회관 컴퓨터 폴더에 ‘원기둥 블록 자리돔 어초’라는 문서가 올라왔다. 업로드한 문서가 해킹할 수 없는 형태로 순식간에 암호화돼 전송된 것이다.

최 연구원은 “산·학·연 협업 자료를 주고 받으면서 외부 유출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부담을 덜게 됐다”며 “개강을 하면 이 플랫폼을 활용해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과도 연구 과제를 주고받겠다”고 말했다.

KT가 최근 제주국제대에 무선 양자암호통신을 활용한 ‘문서 공유 플랫폼’을 구축했다. 국내에서 실험 환경이 아닌 상용망 환경에 무선 양자암호 인프라가 구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자암호시스템에서 생성된 암호키를 이용해 문서를 빠르고 안전하게 암·복호화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실현한 것이다. 제주국제대는 KT가 구축한 이 플랫폼을 2025년까지 연구·개발 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광자에 송·수신자만 해독 가능한 암호키를 담아 외부의 해킹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로 세계적으로 새로운 성장 분야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암호키 하나를 쓰는 기존 암호통신과 달리 정보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양자난수 암호를 가진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것은 2030년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욱 KT 융합기술원 상무는 “양자컴퓨터는 컴퓨팅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기존 암호체계를 수초 안에 해독할 수 있다”며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사이버 공격 등으로 기존 보안체계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 채널을 구성하는 방식에 따라 유선과 무선으로 나뉜다. 유선 방식은 고정된 지점 사이에 광케이블을 연결해 암호키를 생성한다. 이번에 제주국제대에 적용된 무선 방식은 산악이나 도서 지역같이 광케이블 설치가 어려운 곳이나 광케이블을 연결할 수 없는 이동체에 안전한 통신을 제공한다.

양자암호통신은 향후 금융, 자율주행, 스마트시티뿐 아니라 드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그보다 먼 미래에는 무선 기술을 이용해 위성, 항공기 같은 고고도 장거리 이동체용 보안 통신에도 적용된다. 모두 사생활 보호나 생명, 안전 등과 직결돼 있어서 보안성 확보가 절실한 분야다. 특허청은 2030년 글로벌 양자정보통신 시장 규모가 13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 신산업 패권과 직결되다 보니 국가 간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이 공격적으로 이 분야 표준화에 나서자 미국의 견제가 노골화된 게 대표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요즘 한국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진영논리를 강요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천기술을 놓고 기술주도국간 싸움이 고조되는 동안 한국은 기술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KT는 순수 국산 기술로 양자암호통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작은 물론 경기 과천시 통합관제센터에 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종식 KT 융합기술원 인프라DX연구소장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된 양자 기술은 유선 양자암호 상용화를 넘어 무선 양자암호 상용화도 바라보고 있다”며 “미래에 6세대(G) 이동통신과 UAM 운용도 양자암호로 보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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