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잡으려다 백기 든 JOLED

이재덕 기자

일본 정부 주도 ‘JOLED’ 파산…‘일장기 연합’ 악몽 재현?

OLED 잡으려다 백기 든 JOLED

2015년 소니·파나소닉 통합 출범
품질 한국에, 가격 중국에 밀려

10년 전 ‘엘피다 반도체’ 연상
“일 국책기업 실패 반복” 도마에

삼성·LG가 이끄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일본 정부 주도로 소니와 파나소닉 등이 만들었던 ‘JOLED’가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과거 삼성전자에 빼앗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되찾기 위해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연합해 만든 ‘엘피다’ 파산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JOLED는 지난 27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에 회생 신청을 냈다. JOLED는 홈페이지를 통해 “생산 공장에서 (OLED를) 제조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원의 관여하에 회생을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JOLED는 2015년 소니와 파나소닉의 OLED 사업부가 통합하는 방식으로 탄생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소관의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가 75%를, INCJ가 세운 액정표시장치(LCD) 기업 ‘저팬디스플레이’(소니·히타치·도시바의 중소형 LCD 사업부 통합)가 15%를 출자했다. 나머지 10%는 소니와 파나소닉이 절반씩 맡았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이런 방식의 기업을 ‘히노마루(일장기) 연합’이라고 부른다.

통상 OLED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때는 OLED 소자를 진공 상태에서 뿌려 기판 위에 입히는 증착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JOLED는 소자를 잉크젯 프린터처럼 기판 위에 인쇄하는 ‘잉크젯 프린팅’ 방식을 사용한다. 고난도의 기술이지만, 증착 방식에 비해 제조공정이 단순해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JOLED는 2021년 봄부터 제품 양산에 들어갔지만 품질이 불안정하고 불량률이 높은 게 문제였다. TV용 대형 패널을 개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20~30인치 모니터용 OLED 패널 제품만 생산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성장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디스플레이 제품을 내놓은 것도 일본 업체의 실패 원인으로 분석된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 주도형으로 진행했지만 그렇다고 중국 정부처럼 대규모 직접 투자는 하지 못하다 보니 양산 설비 확보 등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일본에서는 정부 주도의 ‘히노마루 연합’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히노마루 연합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1999년 NEC와 히타치의 메모리 사업 부문이 통합돼 만들어진 ‘엘피다 반도체’다.

엘피다 반도체는 출범 당시만 해도 D램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보다 기술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반도체 치킨게임(저가경쟁)에서 삼성 등에 밀려 적자에 허덕이다 2013년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됐다.

사토 이치로 일본 국립 정보학연구소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한마디 해설’에서 “JOLED는 파산한 엘피다나 경영 악화 문제를 겪는 저팬디스플레이와 같이 정부 주도의 국책기업인 데다 ‘히노마루’를 표방하는 등 많은 부분이 겹친다”고 진단했다. 이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 같은 국책기업이 적절했는지 전반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NCJ 경영진도 이날 “어지러운 기술 개발 속에서 세계의 트렌드를 좇고 있었는지, 올바른 지원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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