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화장품 ‘제조원 표기 삭제 반대’ SNS캠페인을 하는 이유

김은성 기자
녹색소비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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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제조원 표기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제조원 표기 삭제를 골자로 한 화장품법개정안 통과 심사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개정안 전면 검토를 촉구하는 릴레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4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제조원 표기 논란은 대한화장품협회가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제조원을 빼고 제조판매원만 표기하는 개정안을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에서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그간 발의된 법안들은 자동폐기 됐다.

현행 화장품법에 따르면 제품 용기에 책임판매업자(화장품 브랜드)와 화장품을 위탁생산하는 제조업자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화장품 업체들은 제조원 표기로 ‘K뷰티’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조원 노출로 해외 경쟁 업체들이 직접 제조사와 계약해 저가·유사 제품을 만들어 국내 수출이 타격을 받고, 중소 화장품업체가 자리를 뺏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해외 업체들은 유사품을 만들어 유통시켜왔다. 2015년 국내에서 인기를 모은 ‘립 틴트팩’이 중국에서도 성공하자 중국 화장품업체가 국내 제조사에 연락해 유사 제품을 만들었다. 그 후 겉포장도 베껴서 팔았고, 중국 유통업체들은 한국 제품 대신 유사 제품으로 매장 구성을 바꿨다. 현행법상 제품의 품질·안전 책임이 화장품 ‘책임판매업자’에게 있고, 선진국에서는 제조원 표기 제도가 시행되지 않는다는 점도 개정안의 찬성 근거다.

제조업체들은 표기를 삭제하면 오히려 ‘K뷰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한다. 업체들은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데, 제조사를 표기하지 않으면 판매업자들은 값싼 제조사를 찾고 제조사들은 원가절감 외에 다른 연구개발 투자를 미루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화장품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제품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팔지 않는 수출용 제품은 수입국 규정에 따라 제조사를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개정안 반대의 근거다. 이에 화장품 업체는 내수용과 수출용 제품의 포장재를 구분해 제작할 여력이 없고, 수출용을 만든다 해도 내수 제품을 통해 해외 업체가 제조사를 찾을 수 있어 수출기업의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법안 개정 논의에서 배제된 소비자들도 안전과 알권리 충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식약처가 관할하는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등은 모두 법령에 근거해 제조사를 적시하는데, 화장품만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개정안 반대 캠페인에 나선 은지현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은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식품부터 장난감, 생활용품 등 모든 제품에 표시된 제조원을 왜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에서만 삭제하려는 건가”라며 “소비자 건강과 알 권리를 무시하고 기업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개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캠페인 릴레이를 이어받은 김지나 청소년 인문교양 매거진 유레카 대표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제조사 표시를 굳이 없애려는 이유가 뭔지 갸웃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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