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만 들쑤시고 입닫은 인수위…“선거 의식하나” 부글부글

송진식·류인하 기자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방향 아파트 단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방향 아파트 단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속전속결로 부동산 규제완화를 추진했던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정책 발표를 미루기로 한 것을 놓고 지역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일고있다. 인수위가 규제완화를 언급하는 동안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가격이 급등하고, 아파트값이 상승국면으로 돌아서는 등 결과적으로는 시장 불안만 들쑤신 것이 됐기때문이다.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점을 들어 인수위가 정치적 계산 아래 정책 발표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20일 인수위 등에 따르면 경제2분과에 설치된 ‘부동산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30일 첫 회의(킥오프회의) 개최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20일 넘게 정책관련 공식 입장이나 자료를 내지않고 있다. 첫 회의 당시 “9명의 민간시장 전문가를 초빙해 시장 안정, 시장 정상화, 시장 중심의 정책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것과 대비된다.

인수위는 급기야 지난 18일 오후 “부동산 관련 정책은 새 정부 출범 후 종합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일 오전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정책을 대외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한걸 내부 논의 끝에 뒤집는 등 촌극을 벌인 후 내놓은 입장이다. 이를 고려할 때 부동산TF의 킥오프회의 자료는 처음이자 마지막 자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수위 부동산TF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첫 보도자료.

인수위 부동산TF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첫 보도자료.

본래 인수위는 속전속결로 부동산 규제완화를 밀어부쳤다. 부동산TF 출범 직후인 3월22일 인수위 브리핑에선 임대차3법의 폐지내지는 축소, 민간등록임대 활성화 및 ‘뉴스테이’ 등의 민간공공임대 건설 확대 등 구체적인 정책방향이 공개됐다. 부동산TF 첫 회의 다음날인 31일에는 정부에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시점을 전후로 보유세 및 재건축 규제완화, DSR 및 LTV 등 금융규제 완화 등의 인수위 내부 검토설이 언론보도를 통해 쏟아졌다.

인수위가 규제완화에 힘을 싣는 동안 한국부동산원의 3월5주차 집계에서 전국 아파트값이 하락을 멈추고 5주만에 보합으로 전환됐다. 1주일 뒤인 4월1주차 집계에선 서울 아파트값이 11주만에 하락을 멈추고 보합전환됐고, 주요 재건축이 몰린 강남·서초는 수억 원씩 가격이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시화됐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가 ‘집값 상승 원인 제공’이라는 지적이 부담스러우니 일단 정책발표를 미룬 것”이라며 “뚜렷한 정책방향을 내놓은 것도 아니어서 결과적으로는 시장 불안만 부추긴 셈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의 4월2주 아파트 가격동향.

한국부동산원의 4월2주 아파트 가격동향.

재건축 규제완화나 금융규제 완화 등에 기대를 가졌던 집주인이나 실수요자들은 인수위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대형 부동산카페인 ‘부동산 스터디’의 한 회원은 “국민에게 변화와 신뢰도 못주고 현 정부가 하던 정책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게시판에 썼다. 또다른 회원은 “이러다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도 철회하진 않을지(걱정된다)”고 썼다. 재건축 규제에 민감한 양천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당선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 해준다던(풀어준다던) 오세훈 시장이 생각난다”는 글이 올라왔다. 가점이 높아 올해 서울권 청약을 준비 중인 40대 직장인 A씨는 “생애최초 LTV 완화 공약을 기대하고 청약을 준비 중인데 언제 결정될지 모르니 답답하다”며 “대선 전이나 지금이나 불확실성은 그대로인 것같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의 재산세 통합 등 보유세 완화를 기대하던 집주인들 사이에선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책 발표를 미룬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부동산 스터디’에는 “행정부만으로 가능한 정책은 당장 시행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과거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는 것” “부동산 정책 지연 한심하다. 로드맵이 없는 건가, 정치적 계산 때문인 것같다” 등의 글들이 올라와있다. 실제 일산 등 1기신도시 지역 커뮤니티와 재건축 관련 카페 등지에서는 “재건축 규제완화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지자체장도 국민의힘을 선출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이 다수 게제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책 발표가 미뤄지긴 했지만 양도세, 보유세 완화나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성은 제시가 됐다고 본다”며 “다만 공급측면에선 보다 구체적인 공급방안이 제시돼야 시장과 실수요층에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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