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방향

다주택자 보유세 대폭 감면해준 윤 정부, '마래푸+은마'는 연 5000만원 절감

송진식·류인하 기자
서울 상공에서 바라본 성동구 지역. 한수빈 기자

서울 상공에서 바라본 성동구 지역. 한수빈 기자

16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새정부 경제정책방향(경방)’ 중 부동산세제의 핵심은 ‘보유세 감면’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2020년 수준으로 보유세 부담 완화’를 맞추기 위해 현행 100%인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로 대폭 낮추고, 1주택자는 3억원의 특별공제가 추가된다.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면서 1주택자는 물론 다주택자도 큰 혜택을 보게 됐다. 조정대상지역 내 고가의 2주택 보유자는 올해 많게는 4000~5000만원 가량 종부세를 당초보다 적게 낼 것으로 추정돼 ‘부자감세’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 비율 60%로 대폭 하향

경방 부동산세제안을 보면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산출 시 2020년 당시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법이지만, 이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 제외됐다.

대신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내려 보유세를 낮추는 방안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재산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1주택자 대상)은 현행 60%에서 45%로, 종부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일괄 현행 100%에서 60%로 대폭 낮아진다. 대통령이 시행령을 통해 내릴 수 있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최대 하한선이 바로 60%다. 종부세에 법정 하한선의 비율이 적용되는 건 초유의 일로, 비율 적용이 처음 시작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80%)보다도 더 낮다.

공정가액비율 60%, 특별공제 3억원을 적용한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모의산출 결과. 기획재정부 제공

공정가액비율 60%, 특별공제 3억원을 적용한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모의산출 결과. 기획재정부 제공

1주택자 종부세는 ‘특별공제 3억원’이 추가 적용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최대한 내리고도 2020년 수준의 종부세까지 낮아지지 않자 특별공제를 더 추가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1주택자의 경우 올해 종부세 부과 기준이 현행 ‘11억원 초과’에서 ‘14억원 초과’로 높아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별공제 3억원 부분은 법 개정이 수반이 되어야 하는 것이어서 향후 국회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종부세 부과 시 ‘2주택’ 적용 기준도 완화된다. 주택 매입·매도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2주택’이나 상속받은 주택, 지방 저가 주택 등은 2주택자 판정 시 주택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예컨대 이미 서울에 공시가격 13억원의 집을 가진 상태에서 20억원 상당의 집을 부모로부터 상속받을 경우 상속주택은 주택수에서 제외되므로 여전히 ‘1주택자’로 남게된다. 종부세는 두 집을 합한 33억원에 대해 부과되지만 1주택자 기준 공제(올해 14억원 예정)를 받아 2주택자 (6억원)때보다 보유세가 크게 줄어든다.

공정가액비율 60%, 특별공제 3억원을 적용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모의산출 결과. 기획재정부 제공

공정가액비율 60%, 특별공제 3억원을 적용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모의산출 결과. 기획재정부 제공

■부동산 부유층 감면혜택 커, ‘부자감세’ 논란 불가피

정부가 도입한 공정시장가액비율 하향, 특별공제 3억원 등을 적용해 올해분 종부세를 산출한 결과 고가의 주택 보유자일수록, 다주택 보유자일수록 세금감면 혜택이 훨씬 큰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가 산출한 내역을 보면 공시가격이 올해 12억3900만원인 1주택자는 종부세가 기존 30만원에서 0원으로 줄어 종부세를 내지않아도 된다. 공시가격 14억8700만원인 1주택자는 종부세가 94만원에서 13만2000원으로, 공시가격 24억7900만원인 1주택자는 657만3000원에서 216만2000원으로 종부세가 줄어든다. 공시가격 35억6300만원인 1주택자의 경우 올해 종부세가 1541만8000원에서 637만7000원으로 줄어드는데, 이는 2020년 당시 해당 주택에 부과된 종부세(743만원)보다도 더 적은 금액이다.

서울과 수도권 등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들은 종부세 감면 혜택이 수백~수천 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산 공시가격이 12억3900만원인 2주택자는 종부세가 976만4000원에서 511만4000원으로 465만원 줄어든다. 동일한 가격의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가 받는 감면혜택(30만원)에 비해 10배 이상 감면혜택이 크다. 공시가격 24억7900만원인 2주택자(5048만2000원→2114만1000원) 역시 감면혜택이 2934만1000원으로 동일 가격 보유 1주택자의 감면혜택(441만1000원) 대비 7배 가량 혜택이 크다. 일명 ‘마래푸+은마’ 보유 사례로 알려진 공시가 35억6300만원의 2주택자는 종부세가 기존 9422만7000원에서 4616만8000원으로 줄어 감면혜택이 4805만9000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 부과(고지) 대상자는 약 94만7000명(부과총액 5조7000억원)으로, 전국민의 98%는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범위를 좁혀 부과 대상자 중 1주택자는 13만2000명(13.9%)으로, 이들이 부담한 금액은 전체의 3.5%(약 2000억원)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종부세 부담 완화조치에 따른 혜택은 소수의 부동산 고자산가들에게 집중될 예정이어서 ‘부자감세’ 논란이 일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새 정부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을 100%에서 60%로 낮추고, 종부세 산정시 지방 저가주택도 1주택에서 제외하고, 양도소득세도 1년간 중과를 배제하는 등 노골적으로 집부자 감세에 나서고 있다”면서 “윤 정부의 정책에서는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유 안전성, 주거비 부담가능성, 주거의 적절성을 개선할 구체적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 잠실나루역 주변의 부동산 점포 밀집지역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서울 잠실나루역 주변의 부동산 점포 밀집지역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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