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내려고 ‘웨이팅’해요”… MZ 핫플 ‘힙당동’을 아시나요

김경민 기자
지난 7일 신당역 인근 황학동에 소재한 칵테일바 ‘주신당’. 무당이 많았던 신당동의 특성을 차용해  ‘힙당동’을 찾는 젊은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오른쪽 고양이 석상이 이 곳 입구다. 김경민 기자

지난 7일 신당역 인근 황학동에 소재한 칵테일바 ‘주신당’. 무당이 많았던 신당동의 특성을 차용해 ‘힙당동’을 찾는 젊은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오른쪽 고양이 석상이 이 곳 입구다. 김경민 기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역. 12번출구에서 나와 100m 가량 떨어진 골목으로 들어가자 ‘주신당’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 눈에 띄였다. 기와 밑 벽에 붙은 부적과 촛대, 빛바랜 낡은 간판을 지키고 있는 석상까지. 외관만 보면 영락없는 ‘점집’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줄줄이 놓인 위스키병들이 보인다.

이곳은 사실 무당집이 아닌 칵테일바로, 신당동을 ‘힙당동’으로 만든 대표적인 가게 중 한 곳이다. 신당동은 조선시대 궁 밖으로 망자를 나르던 광희문 인근에 무당들이 모여들면서 신당이 많은 동네(神堂洞)로 불렸다. 주신당은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가게 컨셉에 차용했다. 이곳을 찾은 대학생 김모씨(24)는 “주신당은 동네 이름과 컨셉의 조화가 포인트”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신당역 인근 황학동에 소재한 칵테일바 ‘주신당’ . 김경민 기자

지난 7일 신당역 인근 황학동에 소재한 칵테일바 ‘주신당’ . 김경민 기자

오래된 쌀가게와 점집이 모여있던 동네, 신당동이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가게들이 생겨나자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늘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임대료 상승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곡시장·무당촌의 역사가 만든 ‘힙당동’

지난 5일 신당동에 위치한 카페 심세정. 쌀 창고를 카페로 개조한 심세정은 ‘힙당동’ 핫플 중 하나로 꼽힌다. 김경민 기자

지난 5일 신당동에 위치한 카페 심세정. 쌀 창고를 카페로 개조한 심세정은 ‘힙당동’ 핫플 중 하나로 꼽힌다. 김경민 기자

주신당이 있는 싸전거리는 1950~60년대 서울 최대의 양곡시장이 있던 곳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쌀가게 배달원으로 일했던 ‘복흥상회’가 있던 거리로도 유명하다.

고소한 들기름짜는 냄새가 가득했던 양곡시장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16년. 60년이 넘은 쌀창고를 개조한 아포테케리, 심세정 등 카페가 들어서면서다. 이러한 가게들이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양곡상회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싸전거리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신당동이 ‘힙당동’으로 변모하게 된 데는 성수 등 타 상권보다 저렴한 임대료, 지하철 2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입지적 요인도 맞물렸다. 주신당을 운영하고 있는 장지호 TDTD 대표는 “‘더블 역세권’에 위치가 좋은 편인데도 상당히 저평가됐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생각돼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지난 7일 신당동 중앙시장. 시장 내에도 젊은 층을 겨냥한 식당과 술집이 늘면서 외국인과 젊은이들이 찾는 핫플로 변모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지난 7일 신당동 중앙시장. 시장 내에도 젊은 층을 겨냥한 식당과 술집이 늘면서 외국인과 젊은이들이 찾는 핫플로 변모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매물 ‘품귀’현상에 1억원대 권리금도 등장

지난 5일 신당동 싸전거리 일대. 이 거리에는 젊은층에 인기를 끄는 일본풍 술집과 감성카페들이 들어서있다. 김경민 기자

지난 5일 신당동 싸전거리 일대. 이 거리에는 젊은층에 인기를 끄는 일본풍 술집과 감성카페들이 들어서있다. 김경민 기자

‘힙당동’이 젊은 층 사이에 인기를 끌고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면서, 이곳의 임대료도 자연스럽게 오르고 있다. 7일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싸전거리가 위치한 황학동의 평당 임대료는 2분기 기준으로 20만6978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3분기에는 16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주춤했지만, 12만619원이었던 전년(2022년) 동기와 비교하면 1년여만에 71.6%가 오른 것이다.

싸전거리에서 기름집을 운영하는 이모씨(67)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임대료가 5만원도 안될 정도로 쌌지만 지금은 1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옆에 새로 생기는 카페도 20평에 월세 250만원에 시설 비용만 1억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빠르게 올랐지만 들어오겠다는 세입자들은 줄을 서면서 매물은 ‘품귀’ 상태다. 30~40년 넘게 터전을 지켜온 상인과 주민들은 이주를 꺼리고, 집주인도 임차인과의 오랜 관계를 고려해 임대료를 섣불리 인상하지 않는다는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중개사 A씨는 “일 그만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내놓는 경우가 없다”며 “10평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매물을 찾아달라는 사진관 업자들이 많았지만 자꾸 와도 물건이 없어서 전화번호만 적어놓고 대기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신당동 일대 싸전거리.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양곡 상회 옆으로 깔끔한 디자인의 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지난 7일 신당동 일대 싸전거리.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양곡 상회 옆으로 깔끔한 디자인의 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대 상가 자리엔 수천만원의 권리금이 붙었다. 중개사 B씨는 “권리금이 못해도 5000만원에 많게는 1억원대를 부르기도 한다”며 “싸전거리 옆 중앙시장도 점포가 그냥 나왔었지만 지금은 권리금이 다 붙어서 나오는 상태”라고 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초입에 접어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당5동에서 영업 중인 중개사 C씨는 “이미 월세도 오르고 권리금도 많이 붙은 상태에서 더 유명해지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길 것”이라며 “이미 세입자들이 감당하기 힘들어 다른 곳으로 쫒겨나는 경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중심 상권으로 성장한 성수동과는 달리 힙당동 일대는 발전이 더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중개사 D씨는 “공장지대로 매장의 규모가 컸던 성수동과는 달리 이곳은 상가들이 워낙 작고 노후화돼서 개발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