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대 2조4000억”…피해자들 “3706억이면 충분”

심윤지 기자

전세사기 특별법 입장차 ‘팽팽’

국토부 “1만3000명, 선 구제 후 회수 시행하면 상당액 회수 못해
”피해자들 “후순위 피해자 9720명 한정, 채권 매입 땐 가능” 반

‘선 구제 후 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이후 소요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피해자들의 입장차가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선 구제 후 회수 조항이 시행될 경우 수조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될 뿐 아니라 그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3일 현재까지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은 이들은 약 1만3000명이다. 정부는 이들의 평균 보증금이 1억~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1조2000억~2조4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는 국토부의 입장문 발표 이후 “사실과 어긋나는 과장”이라고 바로 반박했다. 최우선변제금조차 못 받는 후순위 피해자를 전체 피해자의 48.6%(9720명)로 추산하고, 이들에게 최우선변제금만큼을 우선 지원한다면 3706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3706억원 중 경매를 통해 회수되는 금액을 빼면 실제 투입 예산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채권 매입 가격을 얼마로 정하느냐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회수율이 제각각이라 적정 채권 매입 가격을 산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입장이고, 피해자들은 후순위 피해자로 한정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맞선다.

현재 본회의에 올라간 개정안에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 채권에 대한 공공매입을 신청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그 외 다른 기관이 매입해야 한다는 ‘선 구제 후 회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채권 매입 가격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공정한 가치 평가를 거친다’고만 명시돼 있다.

피해자들은 채권 매입 가격을 최우선변제금 수준(보증금의 약 30%)으로 계산했다. 매입 대상은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후순위 피해자들로 한정했다.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거리에 나앉을 위험성이 큰 후순위 피해자들부터 우선 지원해주자는 취지다.

반면 정부는 적정 채권 매입 가격을 정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공매를 통해 주택을 얼마에 낙찰받는지, 이를 언제 되파는지에 따라 회수율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피해자마다 회수율이 워낙 제각각인 데다, 개정안은 지원 대상을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후순위 피해자만 우선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피해 인정 건수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소요 예산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선 구제 후 회수를 보는 시각은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의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는 점을 든다. 후순위 임차인이나 다가구 또는 근린생활시설 피해자 등은 특별법의 실질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만큼 특단의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선 구제 후 회수를 통한 보증금 직접 지원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매입이나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간접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감정평가사)은 “피해자들이 주로 입주한 빌라나 오피스텔은 감정평가액 자체가 너무 ‘뻥튀기’되어 있는 데다, 실거래가나 낙찰가율도 지역별로 제각각이라 기준을 정하는 게 어렵다”며 “피해 지원의 초점은 보증금 회수보다 주거안정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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