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마을운동 그 후…그 많던 참새는 어디로 갔을까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 박사
강원 고성 왕곡마을의 참새. 2016년 6월 촬영.

강원 고성 왕곡마을의 참새. 2016년 6월 촬영.

참새(Tree Sparrow·학명 Passer montanus)는 우리에게 친근하고 흔한 새였다. 참나무, 참나물, 참돔, 참꽃, 참새 등의 단어에서 ‘참’은 ‘먹을 수 있는’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50년 전 국내에서 참새구이는 서민들에게 중요한 단백질원이었고, 애주가의 흔한 안줏거리였다.

참새는 속담, 시와 그림에도 자주 등장해 왔다. 가수 이정희의 노래 ‘참새와 허수아비’에서 참새는 ‘노오란 참새’로 불렸다.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날 찾아 날아온 너, 보내야만 해야 할 슬픈 나의 심정”이라는 가사는 참새와 허수아비가 있는 풍요로운 가을 농촌 경관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이처럼 흔했던 참새의 전국 밀도는 1970년대 ㏊당 400마리 정도에서, 최근 100마리 이하인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그 많던 참새는 어디로 갔을까?

참새는 도시, 농촌, 도서 지역 등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었다. 번식기에 주로 곤충류를, 비번식기에 풀씨 등 곡류를 즐겨 먹는다. 나무 구멍, 처마 밑, 돌 틈에 둥지를 틀고, 둥지 재료는 마른 풀 줄기를 쌓아서 만들고 4~8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전남 순천 낙안, 경북 안동 하회, 경주 양동, 충남 아산 외암, 강원 고성 왕곡 등 우리나라 전통민속마을 모든 곳에서 참새는 번식하고 있었다. 참새는 해충을 잡아먹어 해충 방제 효과가 있으며, 농업 생태계 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아시아에서 참새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참새와 섬참새(Passer rutilans) 두 종이 있고, 섬참새는 울릉도에서 번식한다.

유럽에 분포하고 있는 집참새(Passer domesticus)도 최근 마릿수가 감소했는데, 유럽 조류학자들은 도시에서 마차의 감소, 농경지 감소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참새 마릿수는 감소했고 이는 초가집 등 둥지자원 감소, 농경지 감소로 인한 먹이자원 감소와 연관이 있다.

서울 성동구의 서울숲 자리는 원래 경마장으로 마구간이 있던 곳이다. 이곳에서 참새는 마구간의 볏짚을 둥지 재료로 삼아 새집을 만들어 살았다.

그러나 마구간이 없어지고 큰 숲이 들어서니 참새는 사라지고 박새가 들어왔다. 박새는 숲에서 이끼를 가져와 쌓아서 둥지 재료를 만든다. 참새는 벼 농경지, 소와 말과 같이 살아온 농경목축시대의 문화생물인 셈이다.

2007년 중국 고창고성에 갔을 때, 노새가 마차를 끌고 관광객을 맞이했다. 그곳에서 노새가 풀을 뜯어 먹고 배설한 똥의 부드러운 섬유질에서 먹이를 섭취하는 풍뎅이류 곤충을 먹는 참새를 관찰했다. 마른 똥보다는 금방 배설한 축축한 똥에 풍뎅이류가 다수 있었다. 잡식성 동물인 참새는 ‘노새-똥-벌레’로 이어지는 먹이망을 이용하고 있었고, 흙벽에 짚을 쌓아 둥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2017년 다시 고창고성을 찾았을 때, 노새의 “끄억, 끄억” 소리는 사라지고, 전기차와 인간의 왁자지껄 소음만 난무했다. 그곳의 참새는 인간이 먹다 남긴 해바라기씨, 국수 가닥을 먹고 있었다. 곤충이라는 양질의 단백질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참새의 건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흙벽돌은 사라지고 콘크리트만 많아진 환경에서 참새는 둥지를 틀지 못하고, 작은 건물 틈새를 찾고 있었다.

[기고]새마을운동 그 후…그 많던 참새는 어디로 갔을까

국내에서 참새 밀도는 초가집의 지붕을 없앤 새마을운동 이후 감소했다. 초가집과 흙벽의 주거방식 변화, 목축 문화가 사라진 도시에서는 참새 먹이자원도 감소했고, 이는 점점 참새 마릿수가 줄어드는 원인이 됐다. 참새는 농경목축 문화가 지탱한 생물이었으나 이제는 도시화로 점점 사라지는 정서생물(情緖生物)이 됐다. 참새가 번식하기 위해서는 풀밭이 있는 경작지가 필요하고, 거미류, 딱정벌레류 등 충분한 곤충류 먹이도 있어야 한다. 그래도 아직은 도시숲에 남아 있는 ‘볼에 큰 점 가진 녀석’인 참새들을 자세히 관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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