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막아낸 산양 “우리들 삶의 터전, 왜 인간들이 맘대로 하려 하지? 어이가 없네”

김기범 기자

천연기념물·국제적 멸종위기종

전국 717마리 중 설악산 260마리

100마리 이하 지역은 생존 힘들어

케이블카 등 개발 철저히 제한해야

설악산에 서식 중인 산양. 2016년 9월 촬영.   녹색연합 제공

설악산에 서식 중인 산양. 2016년 9월 촬영. 녹색연합 제공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을 알아차렸다면 ‘우리들 집을 왜 인간들이 맘대로 하려고 하지?’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을 존재들이 있다. 바로 인간의 발길이 닿기 오래전부터 설악산과 주변 산악지대를 터전으로 살아온 산양들이다. 산양들은 설악산의 상징적인 동물로서 개발 광풍에 휩싸일 위기에 놓였던 설악산을 구해낸 주역이기도 하다.

이처럼 케이블카 반대운동에서 큰 공을 세운 산양은 천연기념물 제217호이자 환경부가 법적 보호종으로 지정한 멸종위기 동물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부속서Ⅰ에 포함돼 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 List)에는 취약종(VU)으로 구분돼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산양은 지구상에 출현한 지 약 200만년이 지났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거의 진화를 하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기도 한다. 성체의 몸 길이는 약 115~130㎝이며 몸무게는 22~35㎏ 정도다. 국내에서는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등 고지대 산악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무분별한 포획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감한 상태다. 산양은 주로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바위 지대에 서식한다. 현재는 비무장지대(DMZ)와 설악산, 경북 울진 지역이 대표적 집단 서식지로 꼽힌다.

19일 국립공원관리공단 북부복원센터에 따르면, 이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산양의 전체 개체 수는 총 717마리다. 이는 무인카메라, 유전자 분석, 배설물 분석 등을 통해 서식 사실이 확인된 개체들이다. 손장익 북부복원센터장은 “아직까지 국내에는 산양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라며 “717마리는 국내에 서식하는 산양의 최소 개체 수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손 센터장은 “카메라에 모습이 포착되지 않은 개체들까지 포함하면 이 숫자에 30% 정도를 더한 정도가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추산했다. 즉, 남한에 서식하는 개체 수는 약 900~1000마리 사이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막아낸 산양 “우리들 삶의 터전, 왜 인간들이 맘대로 하려 하지? 어이가 없네”

현재 가장 많은 개체가 확인된 곳, 즉 최대 서식지는 다름 아닌 설악산으로 모두 260마리의 서식 사실이 확인됐다. 다음으로는 117마리가 확인된 강원 인제, 98마리인 월악산, 95마리인 오대산, 93마리인 울진 등이 꼽힌다.

이 밖에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등에 적은 수의 산양이 서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서울 도심의 용마산에서도 2마리의 서식 사실이 확인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손 센터장은 “DMZ에도 산양이 서식하지만 아직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며 “DMZ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설악산보다 더 많은 개체가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설악산과 월악산, 오대산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산양들은 가까운 미래에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생태원과 서울대, 영남대 연구진이 2016년 1월 한국통합생물학회 학술전문지 ‘동물세포와 계통(Animal Cells and System)’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개체군 규모가 50개체 미만인 경우 100년 후 산양의 생존 확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인제와 DMZ 등 지역에는 50마리 이상의 산양이 살고 있지만, 광범위한 지역에 퍼져 있는 개체 수를 추정한 것이다. 즉 개별 개체군이 작아서 장기 생존 가능성은 높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산양의 유일한 서식지가 될 수도 있는 설악산만큼은 산양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개발행위를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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