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은퇴한 마약탐지견 시민에 무상 분양…넘치는 에너지 감당 가능하신 분, 새 가족이 되어주세요!

김기범 기자
무상 분양될 예정인 마약탐지견 시원. 2011년생으로 은퇴를 앞두고 있으며 가장 많은 단속 실적을 자랑하는 ‘똑똑이’다.  관세청 제공

무상 분양될 예정인 마약탐지견 시원. 2011년생으로 은퇴를 앞두고 있으며 가장 많은 단속 실적을 자랑하는 ‘똑똑이’다. 관세청 제공

훈련받은 15마리 반려인 되려면
입양 서류·현장 심사 통과해야
“대형견에 알맞은 마당 있다면 유리”

“얼굴에 ‘저 천사예요’라고 적혀 있는 미리입니다. 긴 시간을 함께했던 핸들러를 잊지 못해 센터에 온 첫날부터 슬프게 울며 전 주인을 불러 집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답니다. 지금은 아픔을 극복하고 잘 적응했지만 여전히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미리의 외로움을 사랑으로 채워주실 따뜻한 새 주인이 되어주세요!”

이는 관세청이 최근 은퇴 마약탐지견 무상분양 공고를 하면서 첨부한 2010년생 래브라도 레트리버 ‘미리’의 프로필 내용이다. 관세청은 “얌전하고 활동성이 적고, 착한 맏딸 같다”며 “헛짖음도 거의 없이 언제나 얌전한 최강 순둥이”라고 소개했다.

미리처럼 은퇴한 마약탐지견과 탐지견 훈련을 받았던 15마리가 새로운 반려인이 돼줄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무상으로 분양되는 15마리 중 6마리는 공항과 항만 등지에서 활약하던 탐지견들이다. 9마리는 탐지견 번식을 위한 모견으로 사역하던 개체와 탐지견 양성훈련을 받았으나 임무에 투입되지 못하고 탈락한 개체들이다. 탐지견으로서 임무를 마치고 은퇴하는 나빈, 미리, 민주, 시원, 사랑, 벨라는 2009~2011년 태어나 아홉 살에서 열한 살이 됐다. 2010년생인 매기는 모견으로 사역하던 개체이고, 탐지견 훈련에서 탈락한 개체들은 대체로 2016~2017년 출생으로 더 어리다.

관세청이 최근 무상 분양 공고를 낸 마약탐지견 미리. 관세청은 프로필을 통해 2010년생 ‘최강 순둥이’라고 소개했다.  관세청 제공

관세청이 최근 무상 분양 공고를 낸 마약탐지견 미리. 관세청은 프로필을 통해 2010년생 ‘최강 순둥이’라고 소개했다. 관세청 제공

관세청 탐지견훈련센터는 이들 15마리의 견종이 래브라도 레트리버와 스프링어 스패니얼이며 모두 우수한 혈통을 지니고 기초훈련을 잘 받았다고 밝혔다. 이지현 탐지견훈련센터 계장은 “래브라도 레트리버와 스프링어 스패니얼은 후각이 뛰어나고 사람과의 친화력이 좋으며 훈련 성과도 높기 때문에 전 세계 공항, 항만에서 탐지견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탐지견들은 각 공항과 항만에 따라 다르지만 20~30분 정도 탐지 업무에 투입됐다가 1시간가량 휴식 후 다시 업무를 수행하는 생활을 반복한다. 물론 세관이 판단하기에 수하물에 마약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으면 투입되는 등 현장 상황에 따라 임무 패턴이 달라지기도 한다.

탐지견들은 임무에 투입되지 않을 때는 견사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핸들러와 운동, 훈련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핸들러는 현장에서 탐지견을 데리고 마약 등 불법물품을 탐지하는 세관 직원이다.

이번에 은퇴하는 탐지견 가운데 현역 시절 가장 많은 단속 실적을 자랑하는 탐지견은 2011년생 래브라도 레트리버인 ‘시원’이다. 시원이는 모두 28회에 걸쳐 마약 263.66g을 찾아낸 바 있다. 관세청은 이날 시민들에게 공개한 시원이 프로필에서 “유난히 새하얀 털빛이 마치 북극곰 같아 붙인 별명”이라며 “세관에서 근무할 때는 수차례 마약을 적발한 실적이 있는 똑똑이”라고 소개했다. 또 시원이에 대해 “하얀 곰돌이 같은 귀여운 외모로 바라보면 껴안고 싶어진다”며 “넘쳐나는 체력과 에너지를 불태워주실 분 구함!”이라고 기재했다.

시원이 프로필에 적힌 내용처럼 활동성이 강하고, 대형 견종인 은퇴 탐지견들의 반려인이 되려면 대형 견종에 적합한 사육환경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관세청이 공고한 입양 신청서상의 양육환경 조사서와 사진 등을 제출해야 하며, 서류심사에서 합격하면 현장실사도 받게 된다.

관세청의 은퇴 탐지견 분양은 2012년 시작됐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총 66마리가 분양됐다. 분양 경쟁률은 때마다 다른데 신청자가 많을 때는 10 대 1을 넘어가기도 한다.

이지현 계장은 “대형 견종이다보니 공동주택보다는 단독주택으로 마당이 있는 경우가 바람직하다”며 “담장을 훌쩍 뛰어넘는 개체들이 많기 때문에 최소 1m 이상의 담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탐지견들이 은퇴 후 새 가족을 찾아 사랑받으며 함께 살도록 분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은 경우는 곤란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모두 입양에 동의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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