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하향·교차반환도 재논의…뒷걸음질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김한솔 기자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유예되기 전인 지난달 6일, 환경부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카페 이디야에서 컵 반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유예되기 전인 지난달 6일, 환경부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카페 이디야에서 컵 반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카페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구매할 경우 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 반환 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논의를 거듭할수록 후퇴하고 있다. 300원으로 설정된 보증금 액수를 낮추는 쪽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어느 매장에서든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한 교차반환 제도에 대해서도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제도 취지 자체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는 28일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구체적인 시행 방법을 놓고 카페 가맹점주 등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본사, 환경단체들과 9차례의 간담회를 진행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원래 이달 10일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20일 소상공인들의 강한 반대와 여당의 제도 유예 요청에 따라 오는 12월2일로 미뤄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보증금 액수와 컵 반납 방식 등 핵심 내용들이 모두 재논의 대상이다. 환경부는 올해 초 보증금제 발표 당시 한국행정학회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적정 보증금 액수는 300원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의 지불의사금액이 340원인 점, 스타벅스 등 카페에서 텀블러 이용시 할인 금액이 300원 안팎인 점이 고려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간담회를 거치며 보증금 액수를 낮추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카페 업주들은 음료 가격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보증금 액수를 50~100원 선으로 낮출 것을 요구해 왔다. 환경부는 간담회 과정에서 200원을 제시했고, 더 낮추더라도 100원 이하로는 안 된다는 선까지 물러섰다. 서영태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최저 금액은 100원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약 5년 간 일회용컵에 매겼던 50~100원의 환경부담금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제도는 법 미비로 2008년 폐지됐다.

A매장에서 구매한 컵을 B매장에 반납할 수 있는 ‘교차반환’에 대해서도 ‘매장 부담과 소비자 부담 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사실상 재검토 대상이 됐다. 어느 매장에든 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교차반환 제도는 반환에 대한 소비자 편익을 높여 일회용컵 반환율을 높일 수 있는 제도의 핵심적 내용이다. 그러나 업체들은 타 매장 컵을 수거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자칫 특정 매장에 컵 반환이 집중될 우려 등을 호소해 왔다. 환경부는 업체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으로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을 통한 컵 반납, 고물상 등 전문수집가를 통한 반납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중이다. 편의점을 이용한 반납도 잠시 논의됐지만 편의점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서 과장은 “컵 회수는 매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최대 3일은 넘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수거된 컵이 1000개가 넘을 경우 언제든 수거업체들을 통해 수거토록 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환경단체들은 ‘차 떼고 포 뗀’ 보증금제도가 시행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허승은 녹색연합 활동가는 “보증금액과 교차반환이 제도의 핵심이다. 300원이라는 금액은 이미 수 개월 전에 결정된 것인데, 그것을 200원으로 낮춰야 하는 근거는 업계의 요구 외에는 없는 상황 아니냐”며 “교차반환을 전제로 제도 설계를 해 오다가, 불과 한 달 사이에 업계의 요구라는 이유로 환경부가 중심을 못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에는 업주들에게 컵에 붙여야 하는 보증금 환불표시 라벨 구매비용 6.99원을 전액 지원하고, 컵 회수에 드는 인력·보관 등의 부담 완화를 위해 개당 4원의 상생협력금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환경부는 오는 8월까지 일회용컵 보증금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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