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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사업자에 위법한 ‘설악산 케이블카 확약서’ 써준 환경부 고발”···장관은 국감 위증죄

김기범 기자
환경부와 양양군, 강원도 등이 서명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관련 확약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 제공.

환경부와 양양군, 강원도 등이 서명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관련 확약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 제공.

환경단체들이 양양군, 강원도 등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확약서’를 써준 환경부를 고발하기로 했다. 한화진 환경부장관도 국정감사에서 확약서와 관련해 거짓 답변을 했다며 위증죄로 고발 대상에 포함시켰다.

주로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 작성에 따른 세부 이행방안’이라는 제목의 확약서에 양양군, 강원도와 함께 서명한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을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달 안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환경부와 양양군, 강원도 등이 서명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관련 확약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 제공.

환경부와 양양군, 강원도 등이 서명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관련 확약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 제공.

원주청과 양양군, 강원도 등은 국민권익위원회 주재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 요구사항에 대한 이행방안과 범위를 정하는 실무회의를 5차례 진행한 뒤 지난 6월말 확약서를 작성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지난 4일 환경부 국감에서 이 확약서가 환경영향평가법상 근거가 없으며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요소들이 들어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확약서를 써준 원주청이 공무집행방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확약서에 포함된 내용들은 원주청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행사 할 수 있는 권한을 임의로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원주청이 정당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해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설악산 케이블카 조감도와 환경영향평가 보완서의 문제점 및 산양의 모습. 양양군 제공.

설악산 케이블카 조감도와 환경영향평가 보완서의 문제점 및 산양의 모습. 양양군 제공.

확약서에는 과거 원주청이 사업자에게 요구했던 환경영향평가 보완 내용과 달리 안전상 가장 중요한 풍속 측정 지점을 케이블카 설치 지점이 아닌 수㎞ 떨어진 중청봉 대피소에서 측정한 자료로 대체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중요 쟁점 중 하나인 상부 정류장 위치를 사업자가 변경하도록 허가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절차도 아닌 확약서를 통해 환경부가 무리하게 케이블카 허가를 내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진행된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거론됐던 것보다 크게 완화된 조건들로 협의가 진행되려면 케이블카로 인한 설악산 훼손이나 산양 생태 교란 등이 이전에 판단했던 것보다 적다는 내용의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이런 내용을 담은 근거들은 나온 바가 없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에 서식하고 있는 산양의 모습. 녹색연합 제공.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에 서식하고 있는 산양의 모습. 녹색연합 제공.

환경단체들은 확약서를 써준 것은 원주청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 직권남용 혐의도 고발 내용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정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상황실장은 “1993년 환경영향평가법이 제정된 이후 환경부가 사업자에게 협의 방안을 문서로 확약해준 사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또 한 장관에 대해서는 지난 4일 국감 때 이 의원이 “확약서를 쓰는 게 법적 근거가 있냐”고 묻자 “(근거가) 없다. 국민권익위 제안에 따라 썼다”고 답한 것이 거짓이라는 판단에 따라 위증죄로 고발할 계획이다. 의원실의 질의에 권익위은 확약서 작성에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환경단체들은 한 장관이 권익위를 핑계 삼아 확약서 논란을 무마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정 상황실장은 “환경부의 그릇된 행위와 처분에 대해 법적근거가 없는 불법행위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좌고우면해온 환경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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