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부정적 의견’ 낸 제주 2공항…환경부는 국토부에 “입지 타당” 전달

김기범·강한들 기자

환경연구원 “철새 도래지 분포…충돌 위험 인천의 5배”

검토 의견 비공개한 환경부 ‘전문기관 의견 은폐’ 의혹

<b>‘환경영향평가 의견서 공개하라’</b>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기관 의견서 공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환경영향평가 의견서 공개하라’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기관 의견서 공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뒤 ‘부정적 의견’을 환경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6일 ‘조건부 협의’ 의견을 제주 제2공항 사업자인 국토교통부에 전달하면서 “전문기관들이 입지 선정에 문제가 없다는 검토 의견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그동안 전문기관 검토 의견을 국회에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책연구기관과 산하기관들의 부정적 의견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정의당 심상정·이은주 의원이 공개한 환경연구원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검토 의견을 보면, 환경연구원은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내용으로는 조류 보호나 조류 충돌로 인한 안전성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유일의 환경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연구원이 ‘입지 타당성에 있어 조류 보호·안전성 문제가 있으며 국토부 대책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환경연구원은 “계획부지 주변에 중요 철새도래지가 분포하고 있어 저어새, 큰기러기, 흑로 등 다수의 국제적 보호종 및 멸종위기종 등이 도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다시 제출된 본 평가서에서도 법정보호종과 종의 서식지역에 대한 보존 노력과 항공 비행안전을 위한 항공기·조류 충돌 예방방안이 독립적으로 수립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환경연구원은 제주 제2공항의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이 기존 제주공항보다 2.7~8.3배 높은 점을 지적했다. 제주 제2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은 현재 운영 중인 공항 중 조류 충돌 피해가 가장 큰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 비해서도 1.6~4.9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연구원은 “철새도래지 주변 조류 서식지역에 대한 퇴치활동 강화가 불가피하다”며 “보전 노력과 상충할 가능성이 매우 큼을 의미한다”고 했다.

국립생물자원관도 조류 영향 조사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봤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격자별 조류 개체 수로 비교하면 공항 계획 부지 내 조류 개체 수가 평균 이상”이라며 “동일 면적으로 평가했을 때 계획 지구 내에 텃새류, 번식 조류가 적지 않기 때문에 공항 건설에 따라 계획 지구 내 서식하는 조류에 대한 영향 평가 및 저감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서에는 공항 계획지구 바깥에서의 조류 영향 저감 대책만 제시돼 있다.

이창규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장은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 중 환경부가 해석하기에 문건만으로는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을 했다”며 “환경연구원도 우려를 제기하긴 했지만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관리를 해야 할 부분이라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전문기관의 부정적인 의견을 은폐하기 위해 검토 의견을 비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달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나 이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같은 경우 국회 요구에도 검토 의견을 공개하지 않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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