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만건 목표 ‘그린 리모델링’, 로드맵이 없다

강한들 기자

2030년까지 정부 계획에 국토부 연도별 세부 목표도 없어

지자체 사업 실적 대부분 ‘가정용 보일러 교체’ 지원

장혜영 의원 “목표만 도전적…부자 감세에 예산 여력 없어”

지난 5일 대전 중구 선화동.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그린 리모델링’을 마친 건물에서 창문을 열자 이내 선선한 가을 공기가 공간을 메웠다. 건물 남향에는 통창을 포함한 창 12개, 북향에는 11개, 서향에는 5개의 작은 창이 나 있다. 건물 설계를 맡은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사무실 건물에 환기가 잘 안돼서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건물은 ‘녹색건축인증’을 받기 위해 창문 면적은 줄이면서도 창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해 환기가 잘되게 했다”고 설명했다. 건물 내·외부에 단열도 보강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3년 가까운 기간을 들여 노후 빌딩을 ‘그린 리모델링’했다. 그 결과 건물의 1차 에너지 소요량을 64.7% 줄였다. ‘그린 리모델링’은 대표적인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다.

국토교통부는 그러나 민간 건축물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 이자 지원 사업 신규 접수를 내년에는 중단한다. 국토부는 “집행 실적이 부진하고, 고금리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새 방식의 사업 방안으로 개편하기 위해 2024년부터 신규 사업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5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연도별 ‘그린 리모델링’ 세부 목표도 세우지 못했다. 대신 ‘보일러 교체’가 위주인 사업을 ‘그린 리모델링’ 예시로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내놓고 2030년까지 ‘그린 리모델링’을 약 160만건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누적 목표의 근거와 세부 계획에 대한 질의에 “160만건은 국토부, 지자체, 민간에서 진행하는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건수를 합산한 수치”라며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도 저탄소 주택 100만호 확산 사업과 같은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가 예시로 든 서울시 저탄소 건물 전환 100만호 사업의 2022~2023년 5월 실적 39만2671건을 보면 36만5485건(93%)은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지원’ 사업이다. 공공건물 저탄소 전환은 86건에 불과했고, 어린이집 등 ‘그린 리모델링’ 사업은 112건이었다. 그나마 지난해 공공임대주택 ‘그린 리모델링’이 1만5586건 이뤄졌지만, 서울시 자체 목표에 못 미친다.

장 의원은 “160만건이라는 ‘그린 리모델링’ 목표를 제시했으면 획기적인 정책예산 투입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부자 감세로 투입할 재정도 없고, 에너지 기준을 설정해 민간에 의무를 부과할 생각도 하지 못하니 방법이 없는 것”이라며 “기후위기로 극심해질 폭염과 혹한에 국민을 방치할 게 아니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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