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10명 중 9명 “학대 의심 동물 진료”

김기범 기자

전국 185명 대상 조사

수의사 10명 중 9명 “학대 의심 동물 진료”

“전치 4주 이상 중상” 61%
실제 신고한 경우 6.3%뿐
“보호자와 갈등 원치 않아”

임상수의사 94.6%는 학대가 의심되는 동물을 진료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상을 입은 동물을 치료한 사례도 6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 부속 한국동물복지연구소는 지난해 11~12월 전국 임상수의사 185명을 대상으로 벌인 ‘수의사 대상 동물학대 진료 경험 및 동물학대 대응체계 조사’ 결과 175명(94.6%)이 “학대로 의심되는 동물을 진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4일 밝혔다.

조사 대상 수의사 가운데 전치 4주 이상의 중상을 입은 동물을 진료했다고 응답한 이는 107명(61.1%)이었고, ‘경상 동물(전치 3주 이상)을 진료했다’고 답한 경우는 110명(62.9%)이었다. 학대 의심 부상으로 동물이 사망했다고 답한 이는 35명(20.0%·이상 중복응답 가능)으로 집계됐다.

치료했다고 응답한 물리적 상해는 골절 등 근골격계 손상(67.4%), 안구 돌출 등의 안과 병변(47.3%), 뇌진탕(41.4%), 피부 손상(38.5%) 등이었다. 방치로 의심되는 영양실조(34.3%·이상 중복응답 가능) 사례도 많았다.

학대로 의심되는 동물을 진료한 경험이 있는 수의사 175명 중 실제 신고까지 한 경우는 11명(6.3%)에 그쳤다. 신고한 응답자 중 실제 가해자가 기소까지 돼 사건이 처리됐다고 답변한 경우는 3명이었다.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보호자와의 갈등을 원하지 않아서’가 93명(57.4%)으로 가장 많았다. ‘신고해도 사건이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는 73명(45.1%), ‘법적으로 곤란해지는 상황을 원하지 않아서’는 53명(32.7%·이상 중복응답 가능) 등이었다.

동물복지연구소는 “보호자와의 갈등이나 법적으로 곤란한 상황을 우려하는 답변이 다수를 차지했다”며 “동물학대 처리 및 처벌에 대한 불신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송치된 2751명 중 구속된 사례는 5명에 불과하다.

이혜원 동물복지연구소 소장은 “아동학대 사건이 주로 의료기관과 같은 제3자에 의해 발견되는 점을 고려하면 동물학대 감시에서도 수의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동물학대 대응 및 예방을 위한 세부적인 법적 장치와 수의사 제보자 보호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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