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22.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올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 설치된 ‘책따세’의 활동과 권장도서 등을 안내해 놓은 부스에 관람객들이 모여 있다.

올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 설치된 ‘책따세’의 활동과 권장도서 등을 안내해 놓은 부스에 관람객들이 모여 있다.

우리나라에서 독서활동이 가장 부진한 연령층은 아쉽게도 가장 왕성한 독서활동을 해야 할 청소년, 중·고등학생들이다. 유아 때부터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나칠 만큼 책을 보던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에만 이르면 입시교육에 매달리느라 책과 멀어진다. 그 청소년을 위해 굳건한 사명감으로 꾸준히 독서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는 모임이 있다.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책따세). 청소년들의 책 읽기 교육에 관심을 가진 일선 학교 선생님들이 주축인 모임이다. 열악한 청소년들의 독서상황을 생각할 때 아주 귀한 모임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 독서활동의 나침반=매주 금요일 오후 6시30분.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 한 사무실에는 책따세 운영진이 모여든다. 1998년 9월부터 시작됐으니 7년이 넘어섰다. 책따세의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 만남에는 매주 약 20명이 모인다. 주로 중·고등학교 교사들이지만 중학교 2년생이나 대학생, 퇴직 공무원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도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강원·충청도 등에서도 찾아들어 책따세에 대한 서로의 열정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허병두 책따세 대표(서울 숭문고 국어교사)는 “책따세의 기본적 운영 상황, 더욱 효과적인 청소년들의 독서교육 방안,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 책에 대한 이야기 등 각자의 경험과 정보를 나누는 소중한 자리”라고 밝혔다.

책따세의 많은 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 지난 2000년부터 방학때를 중심으로 내놓는 권장도서는 단순한 추천도서 목록이라기보다는 청소년들의 독서활동을 도와주는 ‘나침반’이란 평가다. 이 목록은 적당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책따세 회원 누구나가 직접 읽었거나 읽혔으면 좋을 만한 책을 추천해 후보 도서가 모이면 운영진의 꼼꼼한 검토가 진행된다. 검토회의는 형식적이지 않다. 청소년 독서교육이나 책에 관해서는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라 치열한 논쟁수준으로 발전된다. 최종 목록은 이런 검토회의를 보통 8차례나 치른 뒤에야 공식발표된다. 또 추천도서들을 단순히 학년별 수준이 아니라 주제별, 상황별에 따라 내놓기도 한다. 책따세의 권장도서에 대한 반응이 너무 높다보니 일부에서는 ‘문화 권력’이라는 시기(?)까지 받을 정도다. 허대표는 “책따세 권장도서는 회원들의 독서교육에 대한 철학과 열의, 교육경험에서 나온 노하우가 녹아든 결정체”라며 “책따세는 목록에 대한 맹신이나 무책임한 비판 모두를 거부하고, 우리 스스로도 문화권력화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한다”고 강조한다.

‘책따세’가 마련한 가족독서모임 중 초청강연 장면.

‘책따세’가 마련한 가족독서모임 중 초청강연 장면.

◇독서를 통한 따뜻한 세상 만들기=책따세는 98년 9월14일 정식 발족했다. 당시 교육부의 연구과제를 연구하던 교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청소년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뜻이 모였다. 이들은 1주일에 한번씩 모임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책따세로 발전한 것.

책따세의 정체성은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란 명칭에서 잘 드러난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행복해하고 자신의 삶에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 그리하여 남을 위한 삶,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공동체적인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익혀나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설립 취지에 맞춰 책따세는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 작성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우선 일선 학교현장에서의 독서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독서교육 방안들을 발표한다. 또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 강연회 개최 등을 통해 청소년을 포함한 가족, 사회 차원의 독서문화 조성에도 나선다. 독서운동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과의 연대활동이나,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독서교육에 대한 반대활동 등도 벌이고 있다.

‘책따세’ 운영자들이 권장도서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회의하는 모습.

‘책따세’ 운영자들이 권장도서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회의하는 모습.

◇‘푸른 도서관’ 건립 꿈도=교사들이 주축이던 책따세는 이제 뜻을 같이하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www.readread.or.kr)회원은 지난 여름 3만명을 넘어섰다. 또 지난 2월에는 경기 일산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일산 모임’이 자발적으로 생겨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 모임’이 틀을 거의 갖춘 상황. 허대표는 “책따세의 전국 조직화에는 아직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책따세 취지에 공감한다면 연방제식의 지역 모임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책따세의 궁극적인 꿈은 이 땅의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더욱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더욱 풍성한 삶을 사는 것. 또 하나 키우는 꿈은 청소년을 위한 전용 도서관인 ‘푸른 도서관’ 건립이다. 2010년 도서관 건립을 목표로 기금도 차곡차곡 모아오고 있다. 허대표는 “책따세가 만들 푸른 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또다른 푸른 도서관을 낳을 모태나 자궁을 의미한다”며 “누군가가 어디서든 책따세의 취지와 어울리는 푸른 도서관이 꾸려지면 책따세가 가진 모든 정보와 지식 등을 적극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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