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위치추적’ 휴일엔 허점

갈탄 질식사고로 본 문제

지난 17일 경기 김포시 빌라 신축 공사장에서 노동자 2명이 갈탄 중독으로 숨진 사고를 계기로 알뜰폰의 안전상 취약점이 부각되고 있다. 알뜰폰(기간통신사업자의 설비를 빌려 전화를 개통해주는 별정통신사) 가입자의 경우 위치정보가 기지국 중심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고 평일 야간과 휴일에는 신원 조회마저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당시 신고를 받고 구조에 나선 소방당국과 경찰도 이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사용하는 알뜰폰이지만 ‘안전’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18일 경찰과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도 범죄 수사와 구조를 위한 위치정보를 제공하지만 일반 통신사와 달리 와이파이나 GPS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기지국 위치정보로만 추적해야 하는데 그 범위는 지역에 따라 수백m에서 수㎞까지 넓어진다. 이번 사건에서도 당국은 기지국 위치정보만 활용해 500m 범위에서 수색에 나서야 했다.

이때 신원정보를 알았다면 가족과 회사에 연락해 사고 위치를 좀 더 빨리 파악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업무시간 외에는 가입자의 개인정보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찰이 이번 사건에서도 신고자가 이용할 것으로 추정되는 알뜰폰 업체 4곳에 신원조회 공문을 발송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경찰은 휴일에도 신원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면 좀 더 빠른 구조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통신 3사의 경우 통신비밀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이 경찰 등 당국과 핫라인을 갖추고 24시간 위치정보나 신원 조회 업무를 처리한다. 긴급한 경우 경찰 등이 위치정보나 신원조회를 요청하면 이에 자동 회신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영세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이런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일과시간이 끝난 후에는 관련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대형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통신비밀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두고 24시간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대다수 업체들은 인력과 비용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관련 인력과 전산망을 갖추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각지대로 인해 일선 기관은 수사나 구조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별정사업자의 경우 가입자 정보 확인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면 집을 찾아가거나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문의해 기본적인 수사가 가능한데 위치정보만 갖고서는 주변 수색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가입자 정보확인이 어려운 점을 이용해 알뜰폰으로 대포폰을 개통하는 사례도 많다.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안전 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알뜰폰 내부에서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1만명당 전담 인원을 몇 명 두거나 매출의 1% 정도는 고객 보호에 투자해야 한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법상 알뜰폰 업체들이 통신자료 제공을 위해 24시간 인력을 운영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영세 알뜰폰 업체의 가입자 정보를 이통사들이 공유하도록 해 야간·휴일에 제공하도록 하면 좋겠지만 개인정보이다보니 법령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별정사업자들의 반발과 비용 문제도 있지만 개선 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알뜰폰 범죄수사와 구조 위한 위치추적 ‘사각지대’ 놓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