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안규리 서울대병원 교수

박효순 기자

이종이식 세계적 권위…공공의료 ‘따뜻한 명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안규리 교수(59)는 유전성 신장질환, 장기이식, 면역학 분야에서 연구와 임상의 리더로 꼽히는 의학자다. ‘여의열전’ 인터뷰를 위해 최근 마주한 안 교수는 소녀 같은 해맑은 미소를 간직하고 있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주변을 감화시켜온, ‘학자의 순수함’이 우러나는 얼굴이다.

서울대병원에서 ‘내과 첫 여교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안 교수는 냉철한 연구자로서, 따뜻한 임상가로서, 공공의료 및 장기이식의 발전을 이끄는 행정가로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종이식 연구, 뇌사장기 이식의 활성화 및 이식자 생존율 향상을 위한 연구, 한국의 신장이식 데이터베이스 구축, 국내 만성신장병 환자에 대한 세계적 규모의 집단(코호트) 연구, 염기서열 분석을 통한 유전성 신질환(상염색체 우성 다낭신) 치료 및 연구 책임자다. 1997년 부활절에 문을 연 이주민 무료진료소(라파엘 클리닉) 활동을 통해 18년째 인술을 베풀고 있다. 또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부단장으로서 ‘공공보건의료센터’의 실무를 관장하는 역할도 그의 몫이다.

그동안 국내외 학회지에 9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산업통상자원부, 농촌진흥청, 대한이식학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교육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11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거나 수행 중(예정 포함)이다. 형질전환 유전자 돼지와 관련된 3건의 특허도 출원(2편은 등록완료)했다.

장기이식과 유전성 신장 질환 및 면역학 분야의 권위자인 안규리 서울대병원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 서울대병원 제공

장기이식과 유전성 신장 질환 및 면역학 분야의 권위자인 안규리 서울대병원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 서울대병원 제공

▲ 서울대병원 내과 첫 여교수… 유전질환·장기이식서 큰 성과
공공보건의료에도 관심 많아… 18년째 이주민 진료 봉사 활동

안 교수는 1980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1984년 내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1992년 신장내과 분과전문의, 1999년 신장투석전문의가 됐다. 1984년 3월부터 2년여 동안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펠로(전임의)로 일했고, 1986년 7월부터 만 2년간은 미국 신시내티 의대병원에서 신장내과 펠로 연수를 받았다. 1988년 7월부터 1992년 1월까지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에서 면역학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1992년 3월부터 2년간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임상강사를 거쳐 1994년 4월 의대 및 병원의 교수요원이 됐다.

현재 대한이식학회 학술위원장, 세계이식학회 기초과학위원, 서울대 의대 면역학교실 주임교수,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부단장,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디자인동물센터 및 디자인 동물이식연구소 소장, 라파엘 클리닉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제1회 서울대 사회봉사상(2011년), 보건복지부 장기 기증과 이식 활성화 공로상(2009년)을 비롯, 몽골 최고교육훈장(2009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올해의 여성상(2005년)을 수상했다.

안규리 교수가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실험실에서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포즈를 취했다. | 서울대병원 제공

안규리 교수가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실험실에서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포즈를 취했다. | 서울대병원 제공

안 교수의 부친은 한국 과학계의 선구적 역할을 한 안동혁 전 한양대 교수다. 딸이 과학자로 성공하라는 뜻에서 ‘퀴리 부인’의 이름을 따서 ‘규리’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실제 안 교수의 영어 이름은 퀴리 부인과 같은 ‘Curie Ahn’이다.

“아버지는 항상 새로운 기술 창조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의미에서 제가 자연과학을 전공하길 원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미대를 가고 싶었어요. 결국 부모님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 과학과 응용을 같이할 수 있는 의대를 택했죠.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가 결핵으로 많이 아프신 것도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고요. 인생을 되돌아보면 환자 진료와 연구를 나란히 하는 의학자가 되었으니 저의 꿈도 이루고 부모님의 여망에도 부응한 셈입니다.”

안 교수가 임상의사뿐만 아니라 열정적인 연구자의 길도 가게 된 데는 이정상 교수(서울대 명예교수·전 서울대 의대 학장)와의 만남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유행성출혈열의 일종인 ‘렙토스피라병’과 ‘쯔쯔가무시병’ 환자 발생을 처음으로 증명한 신장내과 분야의 권위자다.

안 교수가 전공의를 할 당시 레지던트에 올라가면서 전공 분과를 미리 정했는데, 당시 젊은 교수였던 이 교수의 연구자로서의 철저한 자세와 연구열정에 반해 신장내과를 지원했다고 한다.

안 교수는 “이 교수님의 지도를 받는 몇 년 동안 하루 2~3시간만 자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어려운 일을 헤쳐나가는 등 동고동락했다”면서 “그 분은 임상의과학을 하는 자세와 노하우뿐 아니라 환자에 대한 애정까지 전수해주신 스승”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센터 개소식이 최근 오병희 병원장(오른쪽 부터 다섯번째)과 안규리 공공의료사업단 부단장(병원장 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센터 개소식이 최근 오병희 병원장(오른쪽 부터 다섯번째)과 안규리 공공의료사업단 부단장(병원장 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서울대병원 제공

‘아주 작은, 보잘것없는 꽃송이를 하느님은 돌보신다.’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에서 ‘착한 규리’로 통하는 안 교수의 인생관을 함축하는 말이다. 언제나 ‘작은 꽃처럼 피어나는’ 휴머니즘을 간직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의 연구실에는 ‘국화꽃 신부’로 잘 알려진 전승규 신부(1962~2013)가 개발한 신품종의 국화꽃 사진이 걸려 있다. 20년 가까이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해온 안 교수에게 헌정된 꽃이다. 그 꽃말이 다름 아닌 ‘규리’라고 한다. 제자들이 실험쥐에게 ‘규리’라는 이름을 종종 붙여도 안 교수는 마냥 좋아한다. 그의 환한 미소는 쉽게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순환기내과)은 “안규리 교수는 이종이식 분야의 활발한 연구활동과 세계적으로 몇 순위 안에 드는 ‘다낭신 클리닉’ 개설 등 연구와 진료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국내 공공의료 발전을 위해서도 혼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따뜻한 명의”라고 평가했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안규리 교수. |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안규리 교수. | 서울대병원 제공

■ 안규리 교수가 말하는 ‘상염색체 우성 다낭신’

상염색체 우성 다낭신(이하 다낭신)은 양쪽 신장에 물집(낭종)들이 무수히 생기는 유전병이다. 1000~4000명에 한 명꼴로 발생한다.

질환 유전자는 16번 염색체와 4번 염색체 두 부위에 위치하고 있다.

다낭신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는 낭종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면서 정상 신장 조직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서 몸에 쌓이는 노폐물을 제대로 배설하지 못하게 되어 60세가 되면 절반 가까이가 투석 치료나 신장이식을 받게 된다.

다낭신은 만성콩팥병으로의 진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진행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다음과 같은 지침을 따르는 것이 권장된다. 첫째, 물을 많이 마실 필요가 있다. 물을 많이 마시면 물혹이 커지는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둘째, 다낭신에서는 다른 만성콩팥병보다 조기에 고혈압이 발생하므로 혈압을 철저하게 조절하는 것이 신기능 감소 속도를 줄이는 데 중요하다. 셋째, 요로결석이나 낭종감염 같은 급성 합병증 발생을 예방해야 한다. 이외에는 만성콩팥병 관리수칙을 따른다.

다낭신은 신장뿐 아니라 약 10%에서는 간에 많은 물혹(간낭종)을 만들어 심한 복부팽만을 가져오기도 하고, 일반인보다 5배 정도 흔하게 뇌동맥꽈리가 발견된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안규리 교수는 “간낭종은 여성호르몬 사용을 줄여 심한 비대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고, 뇌동맥꽈리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심한 뇌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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