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웰빙의 역설

‘솔라닌’은 감자독이 아니라 사실은 가지독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보통 감자가 녹색을 띠거나 싹이 나면 ‘솔라닌’이라는 알칼로이드 독성분이 생겨 먹으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솔라닌을 감자독이라고도 한다. 솔라닌을 함유한 식물이 의외로 많다. 바로 가지과 식물들이다.

가지과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2800여종이나 된다. 중남미가 원산지로 여기서 집중돼 자란다. 국내에도 23종 정도가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고추, 토마토, 파프리카(피망)도 가지과다. 독성이 있는 미치광이풀, 독말풀, 까마중(용규)도 가지과다. 꽈리, 배풍등도 가지과다. 모두 공통적으로 솔라닌이나 변종의 알칼로이드물질이 들어있고 작은 싹이나 꽃모양이 매우 비슷한 같은 과(科; family)다. 한마디로 한 가족인 셈이다.

솔라닌(solanine)은 가지의 이름(학명)에서 따온 것이다. 가지는 가지과 식물의 대표로 솔라눔 멜롱게나(Solanum melongena)라는 이름이 있다. 엄밀하게 따지면 솔라닌은 감자독이 아닌 가지독이다. 가지보다 감자에 솔라닌함량이 월등히 많다보니 감자에게 솔라닌왕좌의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같은 가지과인 고추와 토마토도 둘 사이의 유전자지도가 아주 유사하다. 다만 고추에는 토마토와 달리 캡사이신을 만들어내는 유전자조합이 있다. 고추는 가지과에서 출발했지만 돌연변이를 일으켜 솔라닌 대신 캡사이신을 선택해 진화한 것이다.

파프리카(피망)도 고추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솔라닌양도 적고 캡사이신을 만들지도 못한다. 대신 다양한 붉은 색, 노란색, 주황색 등 카로티노이드색소로 자신을 보호한다. 같은 가지과이지만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토마토의 경우 실제로 덜 익은 토마토에는 솔라닌함량이 높다. 따라서 제대로 익지 않은 토마토를 먹으면 배가 아프고 구토나 설사가 날 수 있으며 심지어 마비까지 생길 수 있다. 과거 유럽에서는 감자나 토마토를 악마의 식품이라고도 불렀다. 솔라닌의 존재를 모르고 먹은 상태에서 먹고 탈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솔라닌은 아린 맛이 난다. 적은 양의 솔라닌은 염증을 제거하고 면역력강화작용을 하지만 중독되면 목에 가려운 증상이 생기면서 식중독처럼 구토, 설사가 난다. 두통이 생기고 얼굴은 창백해지며 피부가 차가워진다. 심한 경우 맥이 빨라지고 호흡곤란, 정신착란, 근육위축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고용량에서는 사망할 수 있다.

가지도 날로 먹으면 안 된다. 옛 어른들은 가지를 날로 먹으면 입술이 부르트거나 이가 삭는다고 했다. 혓바늘이 돋는다는 말도 있다. 어릴 때 밭에서 간식으로 한입 베어 먹고 혀가 아린 기억이 있다. 소량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지만 가볍게나마 모두 가지독인 솔라닌에 의한 증상이다.

[한동하 웰빙의 역설] ‘솔라닌’은 감자독이 아니라 사실은 가지독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지줄기나 가지열매의 씨앗에 솔라닌함량이 높은 편이다. 솔라닌은 수용성이 아니기 때문에 물에 담궈 놓아도 제거되지도 않고 285℃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삶거나 끓인다고 파괴되지도 않는다. 가지줄기나 잎을 먹지 않는 것이 우연은 아니다.

야생늑대, 코뿔소, 비비 등은 정기적으로 가지과 식물을 먹는다고 한다. 곤충들도 갉아 먹는다. 솔라닌 같은 독소가 소량인 경우 자신에게 이롭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에볼라바이러스치료제인 지맵은 야생담배에서 추출했고 아트로핀이라는 약은 독초인 벨라돈나에서 추출했다. 모두 가지과 식물이다. 적절하고 현명하게 접근한다면 가지과 식물은 우리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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