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벅 긁고싶은 건 빡빡 씻었기 때문일 수도

김태훈 기자

겨울철 피부 관리

벅벅 긁고싶은 건 빡빡 씻었기 때문일 수도

날씨가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피부 가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어난다. 특히 피지 분비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40~50대에 접어들면 특정한 피부질환이 없더라도 체감하는 가려움의 강도와 빈도 모두 높아진다. 가려움을 유발하는 피부질환까지 앓고 있다면 겨울철 피부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가려움에는 단순한 ‘피부건조증’부터 피부 난치병이라 불리는 ‘건선’과 ‘아토피피부염’, 그리고 가려움증 관련 질환 중 최고봉이라고도 불리는 ‘결절성 소양증’까지 다양한 원인 질환이 있다. 각각의 질환은 발생 원인과 치료법 등이 다르므로 질환에 맞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피부건조증이란 피부의 수분과 지질(기름막)이 감소해 건조해지면서 하얀 각질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춥고 건조한 겨울에 피부 신진대사가 떨어진 상태에서 실내 온도가 높아 피부로 빠져나가는 수분량이 많아지면 피부가 거칠어지기 쉽다. 보통 피부 장벽의 회복 능력이 저하되는 55세를 전후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에는 과도한 난방과 잦은 목욕 등으로 젊은층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권순효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건조증 치료는 염증의 유무로 달라지는데, 염증 소견 없이 건조한 피부만 확인되면 보습제를 자주 발라주는 것만으로도 개선할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해 피부가 갈라질 정도라면 가려움증을 완화해주는 항히스타민제와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가벼운 피부건조증은 적절히 보습을 해주는 습관과 실내 환경 개선으로 예방할 수 있다. 난방 때문에 실내가 건조하면 가습기를 이용해 50~60%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목욕할 때는 약산성 세정제를 쓰고 시간과 횟수도 줄여야 한다. 또 물은 너무 뜨겁지 않은 것이 좋다. 수분을 배출하는 기능이 있는 알코올과 카페인의 섭취는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팔·다리 흰 각질 생기는 피부건조증
함부로 긁으면 ‘건성습진’ 될 수 있어

건선·아토피엔 꾸준한 관리가 중요
‘극한 가려움’ 결절성 소양증 환자는
초기 약물치료·피부 냉각으로 도움

건선은 때때로 피부건조증 등 다른 질환과 혼동되기도 하는데 면역학적 원인으로 발병하는 만성질환이다. 주로 팔꿈치·무릎·엉덩이·머리에 경계가 명확한 붉은 반점과 함께 은백색 비늘이 덮이는 증상을 보인다. 이렇게 생긴 발진은 주위에서 생긴 발진들과 합쳐져 점점 커지면서 주위로 퍼져나간다. 은백색 비늘은 긁을 때나 옷을 벗을 때 비듬처럼 후드득 떨어지기도 하는데 추워지면 증상이 심해진다. 평생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완치하기가 어려운 탓에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 잘 치료하다가도 증상이 완화되면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방치해 병을 키우는 환자가 많다. 권순효 교수는 “건선의 치료 목적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건선 병변을 정상화하고 이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라며 “건선으로 진단받으면 일차적으로 증상에 따라 병변 부위에 스테로이드제, 비타민D 유도체, 보습제 등을 바르는 약물치료나 광선치료 등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심한 경우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 제제를 통해 건선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

면역계와 관련된 또 다른 피부질환인 아토피피부염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손상된 피부 장벽을 통해 피부 내로 침투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물질 외에도 겨울철 건조한 환경, 유전적인 요인, 대기오염물질, 환경 호르몬, 스트레스 등이 아토피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징적인 증상은 머리, 얼굴, 목 부위에 주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얼굴의 붉은 반점이나 비늘 같은 모양의 인설, 구순염 등의 피부염 병변을 보인다. 이와 함께 온몸의 피부가 매우 건조하며 두꺼워지고 두피에는 심한 비듬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팔과 다리 관절 주변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서 만성 병변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평생 관리가 필요한데 이것이 곧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증상이 가볍다면 보습제를 잘 바르고 적정 온·습도를 유지하는 등의 피부 관리로도 조절할 수 있다. 피부를 자극할 수 있는 미세먼지나 땀은 가급적 빨리 씻어내되,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15분 안에 짧게 끝내는 것이 좋다.

가려움증의 정도로만 보면 가장 심한 질환은 결절성 소양증이다. 아주 심하면 환자들이 피부를 긁는 수준을 넘어 후벼파야 할 정도라고 호소할 정도다. 결절성 소양증은 심한 가려움을 동반하는 다수의 결절, 즉 단단한 덩어리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만성질환이다. 국내 연간 유병률은 피부과 외래환자 1000명당 4.82명으로 비교적 드물게 발생하는 편이다.

증상은 1~2㎝ 안팎의 붉은색 또는 갈색 결절이 팔과 다리, 등 상부, 엉덩이에 생겨 상상을 넘는 가려움을 유발한다. 피부를 과도하게 긁게 되는 탓에 해당 부위가 다시 감염돼 더 가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려움은 스트레스가 심할 때, 술 마신 후, 덥거나 피부가 건조할 때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절성 소양증 역시 원인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결절성 소양증은 피부를 긁으면 결절이 더 커지고 가려움이 악화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초기에 가려움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가려움 조절에 많이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는 결절성 소양증의 극심한 가려움을 조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이 질환 환자들은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면역조절제나, 신경전달 체계를 조절하는 약제를 많이 복용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와 여러 염증 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아누스키나제(JAK) 억제제도 개발돼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결절성 소양증을 앓고 있다면 가급적 피부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피부를 차갑게 식혀 가려움을 완화하는 도포제와 보습제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술과 담배, 사우나, 때 밀기 등은 가려움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김혜성 교수는 “결절성 소양증 환자들은 불안, 우울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며 “강박증이나 당뇨, 갑상선질환, 빈혈, 암이 동반된 경우도 종종 확인되는 만큼 이 또한 확인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피부 가려움증 예방 생활수칙


·뜨겁지 않은 물로 몸을 씻은 뒤 보습제를 충분히 바른다.

·실내 온도를 과도하게 올리지 않고 습도를 50~60%로 조절한다.

·가려움이 심한 부위는 긁거나 자극하지 말고, 처방받은 약을 발라준다.

·술과 담배, 커피 섭취를 줄인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나 미세먼지 등을 가급적 접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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