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120명 그룹맞선 현장 생생 스케치

장회정 기자
결혼정보업체의 단체미팅 행사 현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결혼정보업체의 단체미팅 행사 현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옛날잡지] ‘E’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120명 그룹맞선 현장 생생 스케치

“자, 이제 마음에 든 상대를 6명씩 적어내세요.”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흐음 하는 고뇌에 찬 신음 소리가 들린다. 선택의 기로에 선 1백20명의 미혼 남녀들. 선우이벤트에서 매주 주최하는 그룹 맞선 현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결혼에 대한 의지로 불타는 미혼남녀가 매주 백여 명 이상 한자리에 모여서 그룹미팅을 했다는 사실, 지금으로서는 참 믿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이번 주 ‘옛날잡지’는 1995년 짝을 찾아서 모인 미혼 남녀 120명의 탐색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던 그 현장으로 가봅니다.

[옛날잡지] ‘E’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120명 그룹맞선 현장 생생 스케치

자, 그럼 120명의 단체 미팅은 어떤 순서에 따라 이뤄질까요. 일단 조를 만들고 조마다 남녀 팀장을 뽑은 뒤, 팀장을 중심으로 남녀 순으로 자리를 배치하고 게임에 들어갑니다.

당시 청춘들, 즉 X세대들의 대범함은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왜 팀장이 된 것 같으냐는 질문에 기상천외한 답변들이 쏟아집니다.

“글쎄요, 제 ○○이 커서 뽑힌 모양이에요.(남자들의 시선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시켜서 하긴 했는데, 미모가 돋보였나?(윽! 하는 소리가 나와 폭소가 터진다).”

(*○○의 정체는 옛날잡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옛날잡지] ‘E’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120명 그룹맞선 현장 생생 스케치

게임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뒤에는 특정 주제로 토론을 하면서 상대방의 가치관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럼 토론 주제는 무엇이었을까요? 맞벌이, 결혼 후 시부모님 모시기, 혼전순결….

여자 1: “정말 사랑한다면 순결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함께 잘 수도 있는 것 아니에요?”

남자 1: “누가 뭐래요? 문제는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자는 경우죠.”

[옛날잡지] ‘E’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120명 그룹맞선 현장 생생 스케치

20대 후반만 들어서도 ‘노총각 노처녀’ 소리를 듣기 십상이었던 그 시절. 결혼으로 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토론을 통해 상대방이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살짝 확인한 뒤에는 ‘퀴즈게임’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킵니다.

그리고 두둥~ 파트너 선택의 시간이 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 6명의 이름을 적어서 내면 이벤트사에서는 이 커플용지를 무려 ‘컴퓨터 작업’으로 처리해 일치한 사람들을 연결해줍니다. 행사가 끝난 지 4일 뒤에 말이죠.

이런 결혼정보회사의 이벤트에 ‘결혼적령기’ 참가자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하루 문의 전화가 4백 여 통에 이르렀다니까요. 미팅의 종류도 연령별로 세분화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희망한다고 다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자격 요건 및 구비 서류, 그리고 참가비는 얼마였을까요? ‘옛날잡지’가 보여드립니다.

[옛날잡지] ‘E’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120명 그룹맞선 현장 생생 스케치

“컴퓨터가 ‘마담뚜’ 되어 중매 서 드립니다.” 이미 1990년대에 컴퓨터가 배우자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이 가동됐다는 사실! 1995년 당시 전 세계 12만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고, 그중 1만여쌍 이상을 탄생시킨 - ‘서독’에서 만들어진 알트만이라는 배우자정보회사에 대한 소개도 이어집니다.

[옛날잡지] ‘E’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120명 그룹맞선 현장 생생 스케치

듀오는 컴퓨터로 미혼 남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짝을 맺어주는데 그 회원 자격이 엄격하다.

선우이벤트와 쌍벽을 이루는 ‘결정사’의 대명사 ‘듀오’도 이때 등장합니다. 1995년 3월 문을 연 듀오의 당시 ‘엄격한’ 회원 자격 및 운영 방침에 대해서도 들여다봅니다. 정기적인 만남 외에 디스코파티, 가면무도회, 등산, 볼링대회 등의 이벤트를 통해 서로 탐색할 기회를 마련했다니 역시나 ‘찐 외향인’ ‘E’만이 살아남아 결혼할 수 있었던 걸까요?

결혼에 적극적이었던 X세대의 생생한 그 시절이 궁금하면 바로 들어 오세요. 함께 보니 더 재밌는 옛날잡지입니다.

[옛날잡지] ‘E’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120명 그룹맞선 현장 생생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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