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미용실…물건값은 못 깎아도, 내 머리는 깎는다

이유진 기자

선 넘는 스몰토크·강매·고비용·핑크택스…

셀프 헤어커트·파마 도전하는 이들이 는다


당신은 혹시 ‘미용실 유목민’인가요? 사진 게티이미지

당신은 혹시 ‘미용실 유목민’인가요? 사진 게티이미지


미용실은 동네서 쉽게 볼 수 있는 근린생활시설이지만 좀처럼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미용실 유목민’이다. 미용실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채롭다. 내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까지 밝혀야 하는 ‘스몰 토크’가 싫어서, 헤어스타일 지적받으며 자연스레 시작되는 제품 강매 혹은 미용실 적립금 유도가 불편해서, 아니면 기본적으로 내 마음에 쏙 드는 미용의 은둔 고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날이 올라가는 미용실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에라, 차라리 내 머리카락 내가 자르자’며 집에서 가위를 들기 시작한 사람이 늘고 있다.

‘미용실’은 어쩌다 두려움의 공간이 됐을까

길을 가다가 문득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발길 닿는 미용실에 들어가본들 99% 확률로 손질을 받을 수 없다. 미용실도 온라인 사전 예약이 필수인 시대다. 대형 미용실이라면 누구에게 내 머리를 맡겨야 할지 지명도 필요하다. ‘원장급’이라면 큰맘 먹고 웃돈을 내야 한다.

원장급이라고 수준급 헤어스타일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오산이다. 회사원 정수정씨(가명)는 봄맞이 변신을 기대하며 추가 비용을 내고 원장에게 머리를 맡겼다. 그러나 미용실 실습생으로 보이는 스태프가 원장과 함께 파마 롯트(로드)를 말기 시작했다. 오른쪽 머리를 맡은 원장은 연륜 어린 손길로 힘 있게 롯트를 말아갔지만 왼쪽을 맡은 스태프가 만 롯트는 늘어지고 느슨했다. 기분 탓인지 완성된 머리의 양쪽 컬링의 정도가 미묘하게 달라 보였다. “내 돈 주고 실습 대상이 되어야 한다니!” 그는 분통을 터뜨렸다.

한 미용실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했다. 사진 pexels

한 미용실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했다. 사진 pexels

일부는 이런 위험요소를 피하고자 1인 헤어숍을 찾는다. 온전히 한 사람이 도맡아 운영하다 보니 실력 있는 1인 미용사의 가게는 주말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다. 예약을 해도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앞선 고객과 겹치는 ‘디졸브’ 시간에는 머리를 하는 도중 방치되는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는데 합당한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최근 개그맨 박명수씨가 높아지는 미용 비용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KBS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나는 집 앞 미용실만 간다”며 “커트가 2만5000원이고, 파마까지 하면 5만5000원이다.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그가 저렴하다고 내놓은 커트비 ‘2만5000원’은 미용실 적정 가격 논쟁을 일으켰다. 한편은 “비싸다”고 했고, 다른 한편은 “요즘 도심 소재 미용실은 2만원 이상은 한다”고 주장했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는 이도 등장했다. 그는 파마 시술에서 적용됐던 머리 길이에 따른 옵션 비용이 커트에도 도입되고 있는 요즘 미용실 분위기를 문제 삼았다.

한 누리꾼은 “머리카락이 일정 기준 이상 길면 ‘기장 추가’라며 커트 비용을 더 받는 곳이 늘고 있다. 또 레이어드커트, 태슬커트, 허시커트 같은 유행 스타일로 자르려면 ‘디자인커트’라며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디자인커트가 아닌 커팅은 고무줄로 묶고 ‘댕강’ 자르고 마는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비싸게 받는 ‘핑크택스’ 행위도 미용 관련 피할 수 없는 논쟁거리다. 평소 쇼트커트를 유지하는 여성 대학생 김영은씨(가명)는 “머리카락을 다듬기 위해 미용실에 갔는데 남자 커트와 여자 커트의 가격이 다르다며 추가 비용을 요구받았다”며 같은 길이와 스타일인데 성별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니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아쉬우면 내가 한다 ‘셀프 헤어커트·파마’

4년째 스스로 헤어 커트 중인 독서심리상담가 연미씨는 어느새 투블럭 스타일(앞머리와 윗머리는 남기고 옆뒷머리를 짧게 치는 헤어커트)의 고수가 됐다. 연미 제공

4년째 스스로 헤어 커트 중인 독서심리상담가 연미씨는 어느새 투블럭 스타일(앞머리와 윗머리는 남기고 옆뒷머리를 짧게 치는 헤어커트)의 고수가 됐다. 연미 제공

독서심리상담가 연미씨는 4년째 집에서 ‘셀프 헤어커트’를 하고 있다. 머리숱이 많아 미용실에서 서비스를 꺼리는 분위기를 감지한 후 집에서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점점 실력이 늘어 그는 대학생 아들과 남편의 전용 미용사가 됐다.

“화장실에서 완전 탈의를 하고요. 뒤통수를 보기 위해 거울을 샤워 커튼 봉에 매달아요. 그리고 이발기의 다양한 캡을 사용해 쭉쭉 밀어준 후 숱가위로 대충 정돈하면 끝이에요.”

그는 비용만큼 미용실에 가는 시간과 수고를 줄일 수 있어 더없이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이발기에 머리카락이 서걱서걱 잘리는 ‘손맛’ 또한 셀프 헤어커트의 묘미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은 자기가 제일 잘 아는 법”이라며 “‘망쳐도 괜찮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전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셀프 헤어커트를 권했다.

주부 정미선씨는 딸 아이를 위해 ‘홈파마’를 시도했다. 아이에게 순한 약품을 직접 골라 쓸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정미선 제공

주부 정미선씨는 딸 아이를 위해 ‘홈파마’를 시도했다. 아이에게 순한 약품을 직접 골라 쓸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정미선 제공

주부 정미선씨는 딸아이가 파마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미용실을 두려워하는 까닭에 ‘홈파마’를 시도했다. 여린 두피에 보다 순하고 안전한 약품을 직접 골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만족스러웠다. 어린이 ‘홈파마’가 늘면서 파마에 필요한 도구가 함께 들어 있는 전용 패키지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미선씨는 “홈파마를 처음 시도한다면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전문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동영상 사이트에서 튜토리얼 영상을 찾아보고 참고하면 초보라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홈케어 강좌 증가…“한번 익히면 자전거처럼 안 잊혀”

커트, 파마 그리고 두피 관리까지 홈케어가 유행하면서 강좌도 증가했다. 더에이치스토리 미용실을 운영하는 임희정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헤어커트와 두피 관리법 강좌를 개설했다. 셀프 헤어커트 방법을 배우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커트를 배우러 오세요. 요즘은 경제적인 면을 고려해 아이와 남편의 머리를 직접 잘라주고 싶어 하는 주부에서 이민을 앞둔 사람들, 그리고 (가격이 저렴해) 미용실에서 하기에는 눈치 보이는 앞머리 자르기를 스스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20대 젊은층까지 다양하게 찾습니다.”

더에이치스토리 임희정 대표는 커트, 파마 그리고 두피 관리까지 홈케어가 유행하면서 관련 강좌를 찾는 이도 증가했다고 말한다. 사진 이유진 기자

더에이치스토리 임희정 대표는 커트, 파마 그리고 두피 관리까지 홈케어가 유행하면서 관련 강좌를 찾는 이도 증가했다고 말한다. 사진 이유진 기자

강지연씨(가명)도 아들과 남편의 머리카락을 직접 자르기 위해 임 대표 강의를 들으러 왔다. 벌써 여섯 번째로 마지막 수업이다. 그는 “미용실에서 5세 아들의 머리를 금세 자르는 것을 보니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강좌를 찾았다”며 “커팅의 감은 잡았지만 더 연습해서 남편을 깜짝 놀라게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망치기 쉬운 것이 앞머리 자르기다. 임 대표는 “앞머리 커팅의 경우 머리카락을 모아 당긴 뒤 코끝의 선을 맞춰 자르라”고 조언했다. 또한 “머리 전체를 자를 때는 정수리를 수박 꼭지라 생각하고 수박 선을 그리듯 머리카락 섹션을 나눈 다음 자르고 끝난 뒤 머리를 말린 후에 전체적인 선을 맞춰보고 수정하라”고 설명했다.

머리를 자르기 전 빗질을 잘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머리카락 섹션을 나눈 뒤에는 가운데부터 자르고 오른쪽과 왼쪽 중 자신이 없는 부분부터 먼저 자른다. 그래야 수정하기 쉽다. 아이의 경우 머리카락이 눈앞에 떨어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움직이기 때문에 얼굴 가림막 역할을 하는 헤어커트 전용 필름을 이마에 붙이고 자르는 것이 좋다. 또한 가위를 손에 쥘 때는 힘을 잔뜩 주지 말고 공을 잡듯 가볍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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