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축산물 허브’ 김해 도축장 잠정 폐쇄

설 대목에 날벼락… ‘명품한우’ 지키기 방역강화

확정판정날도 소·돼지 4000여마리 도축해 유통

‘구제역 청정지역’ 경남마저 결국 뚫렸다. 경남도는 부산·울산·경남에서 유일하게 공판장 기능을 하는 김해 지역의 도축장 2곳을 잠정 폐쇄했다. 그러나 이들 도축장에서는 구제역 확정판정이 난 24일에도 돼지·소 4000여마리가 이미 도축·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 양성 판정 당일에 4000여마리 도축 유통 = 경남도는 김해시 주촌면 양돈농가에 대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정밀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내려짐에 따라 주변 반경 500ｍ 이내에 있는 10농가가 기르는 돼지 1만4000여마리를 살처분하고 있다. 경남도는 또 발생지역과 3~10㎞ 이내인 경계지역에 위치한 김해시 주촌면 내삼리 부경축산물공판장과 김해시 어방동 김해축산물공판장 등 2곳을 25일부터 이틀간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제역 양성판정이 난 이날(24일) 김해축산물공판장에서는 돼지 2058마리, 소 263마리, 부경축산물공판장에서는 돼지 1553마리, 소 263마리 등이 도축돼 가공처리된 뒤 경매·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도는 또 양성판정을 받는 농가가 지난 20일 부경축산물공판장에서 돼지 20여마리를 도축한 것으로 파악하고 추적하고 있다.

특히 이들 2개 축산물 공판장은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에서 유일하게 도축과 가공, 경매가 원스톱으로 가능한 공판장이다. 따라서 3개 시·도의 축산 농가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살처분된 소·돼지가 많은 데다 발생지역 구제역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지역 간 살아 있는 소·돼지 이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그동안 이들 2개 공판장 물량이 전국 각지로 공급돼 왔다. 따라서 이날 도축된 가축들이 전국적으로 퍼질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도 방역관계자는 “도축장에서는 상주 공무원이 검사하고 있다”며 “이날(24일) 도축된 가축들도 의심증상 여부를 철저히 파악한 뒤 출하했다”고 밝혔다.

한편 부경양돈농협 관계자는 “설 대목인데 전국적으로 김해지역 2개 공판장을 믿고 있는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소매점 등이 많다”면서 “자칫하면 부산·울산·경남지역 축산산업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질 뻔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브랜드 한우’ 큰 위기 = 경남이 자랑하는 명품한우 지키기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남도는 품질이 뛰어난 브랜드 한우를 지키기 위해 구제역 차단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북과 인접한 합천군의 경우 4만5900여마리의 ‘합천 황토한우’를 지키기 위해 구제역 차단작업을 한층 강화했다. 시·군 경계 지역의 고속도로와 국도 등 14곳에서 운영하던 방역초소를 20곳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김해 쪽에서 오는 각종 차량과 사료를 실은 차량은 중점 방역대상이다. 합천 황토한우는 지난 19일에 구제역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상태여서 앞으로 1주일만 지나면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축산농민들이 향후 1주일을 고비로 보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경남도 브랜드 한우인 ‘한우지예’를 비롯해 ‘한결한우’(통영·거제·고성), ‘맛보우’(김해), ‘미량초우’(밀양), ‘의령 칡한우’(의령), ‘아시랑 보리한우’(함안), ‘보물섬 남해한우’(남해), ‘하동 솔잎한우’(하동), ‘애우’(거창) 등 16개 브랜드 한우를 보유하고 있다. 도내 전체 한우·육우는 34만6000마리이며, 이 가운데 70~80%가 브랜드 한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