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중견검사 10여명 더 있다”… 추가 폭로땐 핵폭풍

조현철·구교형 기자

‘미공개 리스트’ 내비쳐 파장 예측불허

2003~2004년 집중… 전근 가면 원정접대

일부 의원 “지금 반딧불 수준, 번갯불 남아”

진정서 기록 안된 5년·비용 출처 등 의문

검사들의 향응 및 성접대 사실을 폭로한 건설업자 정모씨(51)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자료가 더 있다는 뜻을 내비쳐 이번 사건의 파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야당 등에서도 정씨 폭로를 뒷받침할 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정씨의 진정서와 접대일지 등을 통해 거론된 전·현직 검사는 57명이지만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b>실려가는 정씨</b> 검사 접대 사실을 폭로한 정모씨가 23일 자살을 기도한 직후 황급히 119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정씨는 이날 검찰의 구속집행정지 취소 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문을 앞두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갑자기 수면제를 다량 복용했다.  부산 | 권기정 기자

실려가는 정씨 검사 접대 사실을 폭로한 정모씨가 23일 자살을 기도한 직후 황급히 119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정씨는 이날 검찰의 구속집행정지 취소 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문을 앞두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갑자기 수면제를 다량 복용했다. 부산 | 권기정 기자

정씨는 지난 20일 방영된 MBC 「PD수첩」을 통해 “100여명의 검사에게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40명 이상의 검사가 추가 공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씨는 또 방송 이후에도 “57명 외에 검사 10여명의 이름을 추가로 공개하겠다”면서 “추가 10명은 당시엔 평검사였지만 지금은 중견 검사가 된 분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진정서 등 정씨의 자료가 하나씩 알려지면서 처음 명단이 공개됐을 때는 빠져있던 검사의 이름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검찰 외에 부산·경남 지역의 판사가 직원들과 회식을 할 때 비용을 대납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정씨 진정서에 공백시기가 있었던 점도 주목된다. 진정서에 따르면 정씨는 2003~2004년 집중적으로 ‘스폰서’ 역할을 하다 2009년 3월 다시 시작될 때까지 5~6년간의 접대 공백기간이 있다. 아는 검사가 전근을 가면 원정접대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정씨 행적을 감안하면 진정서에는 쓰지 않았으나 접대는 계속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씨 외에 일부 국회의원들도 정씨의 폭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정황과 내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정씨의 녹취 가운데 충격적인 내용이 더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과 법무부가 이번 사건을 확실히 처리하지 않는다면 (정씨와 검사들 사이에) 오고간 대화내용을 추가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 내용에는 촌지수수, 향응 및 성접대의 구체적인 정황을 보여주는 검사와 술집 종업원의 대화가 녹음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23일 “이미 공개된 내용을 훨씬 뛰어 넘는다”면서 “지금까지 나온 것은 ‘반딧불’에 불과하고, 남아있는 자료는 ‘번갯불’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접대 일시와 장소, 금액, 수표번호 등을 상세하게 기록해 둘 만큼 치밀한 성격이기 때문에 추가 자료가 폭로될 경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씨 주장을 모두 믿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씨 진정서에 기재된 수표번호 가운데 일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것 등이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 9차례나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사건해결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검사 접대에 사용했다는 식으로 거짓말 또는 과장을 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

만약 정씨가 파괴력이 더 큰 추가자료를 갖고 있다면 이번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씨가 이날 검찰의 구속집행정지취소처분 취소신청에 대한 법원 심문을 앞두고 다량의 약을 복용한 뒤 병원으로 이송돼 과연 ‘핵폭탄급 뇌관’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도 차질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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