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유영구 전 명지학원 이사장, 학교 돈 2500억 빼돌려

구교형 기자

사학비리 사상 최대규모… 170억 비자금 로비 의혹도

학교법인 명지학원 이사장을 지낸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관동대·명지대·명지전문대 등 산하 대학들을 통해 유용하거나 빼돌린 교비 규모가 2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명지건설 공사 수주와 명지학원 감사 무마 명목으로 조성된 비자금 규모도 170억원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유영구 총재는 2006~2007년 명지학원의 수익사업체인 명지건설이 부도 위기에 놓이자 거액의 교비를 빼돌려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동열 부장검사)는 유 총재가 명지빌딩 매각대금 1735억원을 명지건설 채무 변제에 사용해 학원 측에 1477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유 총재를 지난 3일 구속했다. 명지학원이 보유하고 있던 명지빌딩은 2007년 1월 ㅁ자산운용에 매각됐다.

검찰 조사 결과 명지학원 임직원들은 당시 자본잠식 상태이던 명지건설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을 건의했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이고 누적적자가 2400억원을 넘긴 만큼 매각조차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총재는 “교비를 명지건설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 형사처벌을 받고, 명지학원에 관선이사가 파견돼 경영권 상실이 우려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유 총재는 명지빌딩 매각자금으로 다른 부동산을 취득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꾸몄다. 또 명지건설이 빌린 대여금 채권 전액을 변제한 것처럼 속였다. 하지만 당시 감사원과 교육인적자원부 등 소관 부처는 유 총재의 사립학교법 위반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학교 재산을 횡령한 임원은 해임하도록 돼 있지만 당국의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명지학원은 투자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사학으로 전락했다. 유 총재는 2007년 10월 명지건설을 매각한 데 이어 2008년 7월 명지외고(170억원), 2009년 6월 명지병원(187억원) 등 비교적 건실한 자산까지 잇따라 팔았다. 매각대금은 모두 명지학원의 빚을 갚는 데 썼다. 그 와중에 유 총재는 명지학원 교직원들의 임금 일부를 원천징수하는 수법으로 교비 387억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명지학원 법인통장 거래내역을 검토한 결과 2006~2007년 47억원가량의 비자금이 조성돼 이 중 일부가 감사원과 교육부 직원 등에게 로비 명목으로 유입된 흔적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2003~2005년 명지건설이 비자금 42억원을 관리하면서 공사 수주에 투입한 내역이 담긴 장부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명지학원 비리와 관련, “금액이 워낙 커서 (수사) 시간이 많이 걸렸다. 기존 사학비리의 규모를 훨씬 넘어선다”고 말했다.

유 총재는 명지학원 설립자인 유상근 전 국토통일원 장관의 아들이다. 1992~2008년 명지학원 이사장을 지냈으며 2009년 2월부터 KBO 총재를 맡고 있다.

한편 KBO는 이날 “유 총재가 지난 2일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KBO는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해 후임 총재 인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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