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110년 만에 폐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곽희양 기자

헌재, 7 대 2로 위헌 결정

구한말 만들어져 정부 수립 이후 강화된 간통죄가 110년 만에 폐지됐다. 헌법재판소는 개인 성생활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 관련기사 2·3면

헌재는 26일 간통(형법 241조)에 대해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2건의 위헌법률심판 사건과 15건의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병합해 이같이 결정했다.

간통죄 110년 만에 폐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위헌 의견에서 “간통죄는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들 재판관은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 한다”며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회적 비난 정도를 보면, 간통죄는 형사정책상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됐다. 오히려 잘못이 큰 배우자의 이혼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일시 탈선한 가정주부 등을 공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부부간의 정조의무와 여성배우자의 보호는 이혼 청구, 손해배상 청구, 재산분할 청구 등에 의해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별도 위헌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가 없는 미혼의 상간자까지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로 판단했다. 강일원 재판관 역시 “죄질이 다른 수많은 간통 행위를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며 “간통죄가 적용되지 않는 배우자의 종용(사전동의)이나 유서(사후승낙)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반면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죄 폐지는 ‘성도덕의 최소한’의 한 축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성도덕 의식의 하향화를 가져온다”며 위헌 결정에 반대했다.

이날 간통죄가 위헌 결정이 남에 따라 2008년 10월31일 이후 간통 혐의로 기소되거나 형을 확정받은 3000여명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간통죄로 실형을 받은 경우 구금일에 따라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간통죄가 폐지되더라도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맺는 행위에 대한 민사상 책임은 여전히 남는다.

김정원 헌재 선임연구부장은 “구한말 간통죄가 운용된 이후 110년 만에 폐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 결정에 찬성한다는 시민들이 다수였다. 그러나 유림(儒林) 성균관은 “위헌 결정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간통죄가 폐지됐더라도 사람이 지켜야 할 마땅할 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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