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위헌’ 결정

형법상 처벌 안 받지만 ‘위자료 소송’ 등 민법상 책임은 여전

곽희양 기자

2008년 10월 이후 유죄 확정된 3000여명 재심 청구 가능

진행 중인 재판 공소 취소… 가정 보호·성도덕 약화 우려

간통죄가 사라져도 사회적 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간통죄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고, 실형을 내리는 경우가 줄어드는 등 간통죄는 사문화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간통 혐의로 기소된 비율은 20% 수준이다. 1994년 기소율이 25.5%였던 것과 비교하면 줄어드는 추세다. 기소가 돼도 실형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일례로 2012년 간통죄로 기소된 853명 중 구속된 경우는 단 4건(0.5%)에 그쳤다. 간통죄가 폐지돼도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미 1992년 간통죄가 삭제된 형법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던 법무부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대부분 고소가 취소되어 국가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약화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조계는 “간통죄가 사라졌다고 간통이 늘어나는 등의 혼란이 생길 것으로 보는 것은 억측”이라는 반응이다.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처벌을 규정한 형법 241조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26일 서울시내의 밀집한 변호사 사무실들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처벌을 규정한 형법 241조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26일 서울시내의 밀집한 변호사 사무실들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간통죄 위헌’ 결정]형법상 처벌 안 받지만 ‘위자료 소송’ 등 민법상 책임은 여전

간통죄의 ‘위헌’ 결정에 따라 2008년 10월 말 이후 간통죄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들은 재심을 청구해 ‘면죄부’를 받는 길이 열린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난 법률은 그날부터 효력을 잃는다. 법률이 형벌에 관한 것일 경우 억울한 처벌을 구제한다는 의미에서 제정 시점까지 소급해 적용한다. 실제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의 위헌 결정 이후 재심을 청구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법원에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혼란을 막고자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법에서 소급 범위를 ‘종전 합헌 결정이 있은 날의 다음날’까지로 대폭 줄였다. 2008년 10월31일 이후부터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들은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재판이 진행 중이면 공소가 취소되고, 경찰과 검찰의 수사도 중단된다. 구금됐을 경우 형사보상 청구도 가능하다. 재심 청구가 가능한 이들은 약 3000명으로 추산된다.

간통죄가 사라졌다고 해서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에서 부정행위는 형법의 간통행위보다 넓은 개념이다. 예를 들어 야심한 시간에 호텔 객실에 남녀가 들어가는 폐쇄회로(CC)TV 영상은 간통의 증거가 되지 못하지만 ‘부정행위’의 증거로는 쓰일 수 있다. 간통죄가 폐지돼도 민사상 책임은 여전하기 때문에 부정을 저지른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소송 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현곤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이미 간통죄보다 범위가 넓은 민법상의 ‘부정행위’로 위자료가 산정되기 때문에 위자료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위자료는 부부 각각의 고유의 사정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간통죄 폐지가 사회 구성원들의 성 도덕관념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있다. 가정 보호나 배우자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퇴색될 우려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 법 감정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충격과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간통죄 폐지 결정의 사회적 충격을 줄이고 국민 개개인이 법 없이도 가정을 지켜낼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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