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부모·자녀 ‘위험한 재회’ 막아주세요”

박용하 기자

여성변호사회, 법 개정 초안 마련

“난 너희들 때린 적 없잖아. 엄마가 거짓말했다고 여기에 좀 써줄래?”

부천에 사는 중학생 ㄱ군(15)은 지난해 아버지 ㄴ씨(45)와 원하지 않는 재회를 했다. ㄴ씨는 지난 7년간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올 때마다 ㄱ군을 학대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손이나 발로 때리는가 하면, 설거지를 안 했다며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원산폭격’(뒷짐을 진 채 머리를 바닥에 박는 체벌)을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ㄴ씨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학대 사실이 부인에 의해 드러났고, 법원은 그에게 자녀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철저한 감독이 따라붙지 않는 법원의 명령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ㄴ씨는 명령을 어기고 자녀를 찾아가 회유를 시도하다 들통났다. 법원은 접근금지 명령을 올해 7월까지로 연장했다.

‘신원영군 사망 사건’ 등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ㄱ군 사례처럼 가해 부모가 피해 자녀를 곧바로 다시 찾아가는 일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관련 법에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변호사들이 법 개정에 나섰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30일 “아동학대 문제와 관련해 법 개정을 추진해 초안이 완성된 상태”라며 “회원들의 의견을 더 반영해 개정안을 완성하고, 20대 국회에서 발의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성변회의 법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현행 ‘피해아동보호명령’의 실효성 문제다. 현재 아동학대 피해자의 법률대리인들은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 간의 분리, 접근금지 등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명령이 내려진 뒤 이행실태에 대한 감독 의무는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복지시설에 들어간 아동이 어느새 가해 부모의 밑으로 되돌아간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보호명령의 유효기간도 문제다. 현행법에서는 피해아동보호명령 기간이 1년을 초과할 수 없다. 판사가 판단해 3개월 단위로 연장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총 4년을 초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피해 아동이 성년이 되기 전 학대 부모가 출소해 이들과 재회하고, 범죄가 다시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신진희 여성변회 인권이사는 “향후 피해 아동 보호명령 기간을 더 유연하게 잡고, 법원의 이행실태 조사 횟수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 아동의 변호사 선임 과정도 문제다. 현재는 검사가 수사과정에서 피해 아동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법정대리인(주로 학대자를 제외한 나머지 부모)의 신청에 따라 변호사를 선임한다. 하지만 가해자를 두둔하는 배우자는 변호사 선임에 소극적일 때가 많다. 검사가 직권으로 선임할 수 있으나 이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야 하기에, 아동이 부모의 회유를 받을 경우 변호사가 선임되기 힘들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13세 미만 피해 아동에 대한 변호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이 밖에 개정안은 피해 아동이 18세가 되면 보호조치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감안해 아동복지법상 보호기간을 민법상 성년(19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다룬다. 또 아동학대 치사 사건에 대해 살인죄 적용을 명시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찬반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변회는 다음달 11일 아동학대 문제와 관련된 심포지엄을 열고 법 개정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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