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15년형 선고

공직 대가로 받은 23억 ‘뇌물’ 인정…‘이팔성 비망록’ 결정적 역할

정대연 기자

국정원 특활비 중에는 원세훈이 전달한 10만달러만 뇌물 ‘유죄’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가 5일 1심 선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직을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 중 상당액을 유죄로 인정한 데에는 ‘이팔성 비망록’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공직 대가 뇌물 수수(특가법상 뇌물)로 기소한 36억여원 가운데 23억여원에 유죄를 선고했다. 2007~2008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국회의원 공천이나 금융권 고위직 선임 청탁을 받고 총 19억5000만원과 1230만원 상당의 양복을 받았다는 공소사실 중 16억원과 양복 수수를 뇌물로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같은 금품이 위법한 정치자금에는 해당되지 않거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정치자금법 위반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이 전 회장 임기가 끝나는 2011년 3월을 앞두고 연임 청탁과 함께 총 3억원을 공여받은 것도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일기 형식의 비망록을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뇌물 액수, 전달 일시·장소, 청탁 내용 등이 상세히 기재됐다. 뇌물을 줬는데 자신의 인사가 결정되지 않는 데 불만을 나타내는 내용 등도 적혀 있다. 재판부는 비망록을 두고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2008년 총선 무렵 한나라당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총 4억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사건 중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1년 10만달러를 전달한 부분만 특가법상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여당 대표까지 피고인과의 면담에서 원 전 원장 경질을 요구했고 원 전 원장도 입지를 불안해했다는 게 국정원 관계자 다수의 진술”이라며 “원 전 원장이 원장직 유지를 목적으로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김성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총선 대비 여론조사 비용으로 2억원을 받은 혐의는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비슷한 시기 국정원으로부터 또 다른 2억원을 교부받은 사실과 2010년 원 전 국정원장 측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돼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청와대에 있던 대통령기록물 중 3402부를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고 영포빌딩으로 무단 유출해 은닉한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돼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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