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직원들 진술·아들 시형씨 경영권 승계 검토 문건 등 증거 인정
삼성 뇌물 혐의도 ‘유죄’ 판단…“의원·서울시장 때 횡령, 죄질 나빠”
이명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5일 선고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이고 다스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점이 넉넉하게 인정된다”고 밝혔다. 2007년 대선 때부터 10년 넘게 이어져 온 ‘다스 실소유주’ 논란에 법원이 명확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주인이라는 전제하에 성립된 다스 자금 횡령 혐의와 삼성에서 받은 다스 소송비 뇌물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아들 시형씨와 함께 주요 경영권을 행사했으며 다스 지분 처분과 배당수익 권한을 보유하고 있던 점, 1991년부터 2007년까지 다스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18억원이 지출된 점 등을 실소유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등돌린 측근들 외에도 현대건설 직원 출신인 안창석씨, 다스 경리팀장을 지낸 채동영씨 등이 다스 설립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고, 경영상황도 보고받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언급하며 “이들은 일부러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스 증자대금으로 쓰여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의혹을 받았던 ‘도곡동 땅’ 판매대금도 이 전 대통령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이 남은 판매대금 중 60억원가량을 사저 비용으로 쓴 점, 처남 김재정씨가 이 돈으로 투자를 하다 손실을 보고 이 전 대통령에게 들킬까봐 걱정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횡령한 다스 자금이 이 전 대통령 재산관리인인 처남 김재정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된 241억8000만원과 이 전 대통령 가족이 다스 법인카드로 쓴 5억7000만원을 합쳐 모두 247억원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다스 자금으로 개인 차량 에쿠스를 구매(5000만원)하고, 선거캠프 직원 급여(4억3000만원)를 지급한 부분은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뇌물 중 가장 큰 액수를 차지했던 다스의 미국 소송비 대납 혐의도 입증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2008년 4월 다스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해 주겠다는 삼성의 제안을 이 전 대통령이 수락했다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수서와 삼성전자 해외법인이 약속한 금액을 송금한 e메일,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문건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전 대통령 임기 중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사면, 금산분리 완화가 이뤄져 뇌물의 대가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재수 전 LA총영사 등에게 지시해 다스 미국 소송, 처남의 상속세 문제에 관여도록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애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또 다스 경리직원이 개별적으로 횡령한 돈 120억원을 돌려받고도 회계에 포함시키지 않아 법인세를 탈루했다는 혐의는 공소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2007년 대선 기간 내내 다스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당선된 까닭은 피고인의 결백을 믿고 전문경영인의 역량을 기대한 국민의 염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재판 결과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247억원을 횡령했다. 범행 당시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런 범죄는 대통령의 공정성과 청렴성 훼손에 그치지 않고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