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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기업들 “통합 배상 방향성 공감” 첫 공식 답변

윤지원 기자

‘대표단 협의체’ 서면 질의에 8개 기업 중 7곳 답변

“단일 기업이 해결 어려워”…정부 중재 역할 요청

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A씨는 천식을 앓는다. 기존 의약품은 살균제로 생긴 특이성 질환에 듣지 않아 부작용이 있는 신약에 의존하고 있다. 매달 200만~300만원의 의료비가 들지만 정부 지원금은 일부에 그친다. 약물 후유증으로 인한 전신통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옥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서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다.

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16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대표로 구성된 ‘대표단 협의체’는 지난 10월부터 한 달간 옥시·SK케미칼·애경·홈플러스·LG생활건강 등 8개 기업에 ‘통합 배상 합의안’에 대한 입장을 묻고 서면 답변을 받았다. 통합 배상안은 가해 기업들이 사용 제품에 구분 없이 모든 피해자에 대한 배상 기금 및 정책을 공동으로 만들어 신속한 구제를 돕는 것을 말한다. 피해자들은 소송에서 개별 기업에 요구하는 책임 범위를 따질 필요가 없어져 충분하고 빠른 피해 구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대다수 기업은 피해자들이 요구한 ‘통합 배상’ 방향성에 공감했다. 가습기살균제 시장점유율 1위 제품 ‘옥시싹싹’ 제조사 옥시는 답변서에서 “(그간) 피해자 배상을 진행하며 얻은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단일 기업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옥시싹싹 원료 공급자이자,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 제조사인 SK케미칼은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질환의 종류와 정도가 각기 달라 피해자분들께서 공감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특정 기업의 제안으로 마련하긴 어렵다”며 “기업과 피해자는 물론이고 피해 구제를 주도해온 정부 부처 등이 모두 참여해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애경은 “법적 책임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가능한 한 많은 피해자분들과 관련 기업들,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투명한 소통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경과 SK케미칼은 이달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애경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함박웃음 가습기세정제’ 판매사 GS리테일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통합 배상안에 긍정적인 이유는 지난 9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피해자 범위가 기존보다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기존에 피해를 인정받은 질환 외에도 다양한 건강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조사·판정체계를 개편했다. 가습기살균제 기업 관계자 B씨는 “특별법 시행령 개정으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늘면서 향후 배상금을 얼마나 마련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상할 것인지 등 기업으로선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 많아졌다”며 “제품별 시장점유율로 따져 배상금을 마련하는 안 등 다양한 의견을 놓고 기업이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SK케미칼 주재로 옥시, 애경, 홈플러스, 롯데 등 관련 기업들은 수차례 모여 배상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배상안을 놓고 기업과 피해자가 큰 틀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중재해야 할 정부의 움직임은 소극적이다. 환경부는 특별법 시행령 개정 이후 달라질 배상 체계에 대해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피해자 C씨는 “민사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 외에 정부가 나서는 것이 없다”며 “기업과 피해자들 간 싸움이 끝나려면 양측이 물러설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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