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낮춘 가석방 심사 기준…“사회 감정 고려” 이유도 갸웃

이효상 기자

법무부 가석방 결정 배경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 역할론에 여론조사 응답 70% “찬성”
심사 요건 형기 50% 복역으로 낮춰 ‘이재용 위한 규정’ 비판
삼성물산 합병 등 2건의 재판·검찰 수사 불구속 상태로 진행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9일 결정됐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라는 명분과 여론의 지지가 가석방 결정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심사 직전 가석방 요건을 완화한 데다 이 부회장이 다른 형사재판도 받고 있어 원칙을 흔든 특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당·정·청의 교감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여권에선 이 부회장의 사회 복귀를 두고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요구, 국민 정서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풍조가 영향을 미쳤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이 부회장 가석방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이 부회장의 수형생활 태도, 가석방 찬성 여론, 삼성전자의 준법감시위원회 설립,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산 일부의 사회 환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악화된 국내 경제와 글로벌 경기 상황 등을 감안했다”며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사회적 감정과 수형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최근 가석방 요건을 완화한 것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종전까지는 실무지침상 형기의 80%를 복역해야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었는데, 지난달부터 형기의 50%만 채워도 심사 대상이 될 수 있게 지침을 바꿨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형기의 60%를 채웠다. ‘이재용 맞춤형’ 기준 완화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는 교정시설 과밀 해소를 가석방 확대 명분으로 든다. 박근혜 정부 때도 교정시설 과밀 등을 이유로 가석방 대상을 확대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고위공직자·대기업 임원’은 특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대상에서 배제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기업인이 특혜를 받으면 안 되지만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이유로 대상을 한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재벌 대기업의 총수나 임원들은 그동안 국가 경제에 기여해온 공로나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때문에 이미 법원에서 형량을 정할 때부터 엄청난 고려를 받고 있고, 국민들이 볼 때는 특혜를 받고 있다. 이미 형량에서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데 가석방 특혜까지 받는다면 그것은 경제정의에 반하는 일이다”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야당 시절인 2015년 1월13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이 부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두 건의 형사재판과 한 건의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불법적으로 이뤄졌으며, 그 목적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있다고 보고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자본시장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가 인정될 경우 재수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은 검찰이 이 부회장을 약식으로 기소한 사안을 법원이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관련 수사 역시 검찰이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풀려난다. 하지만 당국의 보호관찰과 취업제한, 거주지 제한 등을 따라야 한다. 사회 복귀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분과 달리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은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조치마저 풀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경우 특혜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 수사자료의 10배에 달한다는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재판 대응도 걸림돌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형이 확정된 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140여일간 변호인을 166회 접견하는 등 하루 한 번 이상 변호인을 접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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