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자발찌 훼손 살인범, 첫 살인 후 “외출제한 선처를” 보호관찰관에 전화

허진무·이효상 기자

당국 “30일 출석” 통보 이후 도주

6월에도 ‘위반’, 2달 뒤 조사 전력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 전 피해자와 국민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 전 피해자와 국민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위치추적 전자감독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하기 전후로 여성 두 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모씨(56)가 전자발찌를 끊은 날 아침 보호관찰소에 전화를 걸어 “야간외출제한명령 위반을 선처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강씨는 이미 여성 한 명을 살해해 시신을 집에 두고 있었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보호관찰소는 강씨에게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만 통보한 뒤 통화를 끝냈다. 강씨는 그날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했다. 보호관찰소가 강씨의 과거 외출제한 위반 사건에 대해 약 3개월간 조사를 미룬 사실도 취재 결과 드러났다.

3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강씨는 지난 27일 오전 10시쯤 서울동부보호관찰소로 전화를 걸어 “담당 보호관찰관과 통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담당 보호관찰관이 자리에 없어 동료 직원이 대신 전화를 받았다. 강씨는 “어쩔 수 없이 외출제한을 위반했는데 선처해달라”고 말했고, 직원은 “외출제한 위반은 엄격해서 조사는 받아야 한다”며 “다음주 월요일(30일)에 출석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그날 오후 5시31분쯤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 29일 오전 3시쯤 두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강씨가 전화를 걸어 ‘선처’를 호소한 것은 당일 오전 0시14분 집 밖으로 나가 야간외출제한명령을 어겼기 때문이다. 서울동부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이 출동했지만 강씨 집에 도착하기 전인 오전 0시34분 강씨가 집에 돌아왔다. 강씨는 범죄예방팀과의 전화 통화에서 “복통이 심해 잠시 약을 사러 편의점에 갔다”고 말했다. 당시 범죄예방팀은 강씨의 집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전화로 “외출제한 위반에 대해 보호관찰소에 출석해 조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집안에는 강씨가 전날 살해한 여성의 시신 1구가 있었다.

강씨는 첫번째 살인 이틀 전인 지난 24일에도 보호관찰소에 출석해 과거 야간외출제한명령 위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강씨가 지난 6월1일 외출제한을 위반한 지 거의 3개월 만에 이뤄졌다. 강씨의 외출 시간이 길지 않았고, 화장품 판매원으로 생계활동에 바빴으며, 보호관찰 지도·감독에 비교적 순응적인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감독제도는 대상자의 사회 복귀가 목표”라며 “보호관찰관과 대상자와의 ‘라포(신뢰관계)’ 형성을 위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브리핑 자료를 내고 사건 경과와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런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강씨는 강도강간 등 전과 14범이라 ‘집중대상자’로 분류돼 감독을 받았지만 보호관찰소는 통상적인 야간외출제한명령 위반 사건처럼 ‘추후 조사’를 통지했다. 강씨가 야간외출제한명령을 첫번째로 위반한 6월1일과 두번째로 위반한 8월27일 사이 보호관찰관과 강씨의 접촉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차례 이뤄졌지만 범죄를 예방하지 못했다. 보호관찰관이 마지막으로 강씨의 집을 방문한 날짜는 6월25일이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여성 2명을 살해하고 전자발찌를 훼손해 도주한 혐의(살인 및 전자장치 부착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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