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윤석열 ‘직권남용 혐의’ 수사 방점…사실규명 ‘속도전’

이효상·이보라 기자

윤 전 총장 직접 관여 못 밝히면

사주 드러나도 혐의 성립 어려워

대검 “공수처 수사 협조하겠다”

수사 착수 단계서 핵심 인물 입건

수사 의도 자체 의심받을 여지도

10일 오전 공수처 수사관들이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10일 오전 공수처 수사관들이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와 동시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피의자로 입건하며 정면으로 겨눴다. 문제의 고발장 작성·전달 과정에 윤 전 총장이 관여했는지 여부를 속전속결로 밝히겠다는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10일 “윤 전 총장을 입건했다”며 “이 사건을 신속하게 사실규명을 해서 모든 혼란과 우려와 의혹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입건됐다.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과 동일한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공수처 수사는 직권남용 혐의의 성립 여부에 방점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관여를 밝히지 못한다면, 검찰이 야당에 특정인들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도 직권남용 혐의는 성립될 수 없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총선 전 여권 정치인 등에 대한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야당에 전달, 고발을 사주한 의혹을 받고 있다. 손 검사의 독자적 행동이었다면 윤 전 총장의 혐의는 성립하지 않고, 손 검사도 직권남용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직권남용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권한을 남용한 경우 성립하는데, 야당 의원에 대한 고발장 전달은 손 검사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 검사의 행위에 직속상관이던 윤 전 총장이나 다른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급자가 권한을 남용해 하급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공수처 수사는 우선 고발장 전달 여부 확인에 초점을 두고 진행된 뒤, 사실로 판명되면 그 이후 윤 전 총장의 지시·관여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자 종착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직권남용 혐의를 포착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인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뿐 아니라 검찰의 수사 대상 범죄인 공직선거법 위반과 경찰 수사 대상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고위공직자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공수처가 관련 범죄로 수사가 가능하다. 다만 현재 진상조사 중인 검찰이 수사로 전환할 경우 중복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 쪽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이 우리 수사 범위에 있으니까 (수사를) 하겠다고 할 수는 있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 검찰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검도 “공수처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미 윤 전 총장을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방해 의혹,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 등 2건으로 피의자 입건한 바 있으나 이번 사건은 성격이 다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사안으로,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검찰총장 재직 당시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면서 쌓은 정치적 자산이 한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등 대선정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입건과 동시에 손 검사와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높고 사건의 중요성도 커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신속하게 수사하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인멸·훼손의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강제수사 필요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속전속결 수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통상 검찰 수사의 경우 사건 관계자에 대한 기초 사실확인을 거쳐 윗선으로 향하는 형태를 보였다. 반면 공수처는 수사의 ‘꼭짓점’이라 할 윤 전 총장을 착수 단계부터 입건했다. 수사 결과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공수처 수사의 의도 자체를 의심받을 수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정치적 논란이 많은 부분에 대해 실제로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죄가 있냐 없냐는 그다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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