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수사도 특별감찰관 대신 검·경에 맡기나…내로남불 비판도

이효상·심진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의 위법 행위를 상시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문재인 정부 때 국민의힘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추진 방침을 밝힌 사안이다. 그런데 정작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입장을 뒤집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이라는 별도 기구를 두지 않고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의 비리가 발생할 경우 검찰과 경찰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보이는데, 검찰과 경찰을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 틀어쥔 터라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하고 단죄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0일 “전반적으로 여건이 이전 정권과는 크게 달라졌다. 특별감찰관제를 포함해서 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아도 될 여건이 됐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검·경이 특별감찰관의 기능을 대체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 대통령 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을 감찰하는 자리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경의 부실 수사를 두고 비판이 계속되자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도입됐다. 2016년 9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사직한 이후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특별감찰관 임명을 두고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탓이다.

윤 대통령 측은 검·경의 독립성만 확보되면 ‘살아있는 권력’ 수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대한민국 수사기관이 충분히 독립적으로 수사할 만한 시스템은 갖췄고, 결과적으로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반론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장관 임명과 ‘윤석열 사단’ 검사들의 요직 배치로 검찰 직할체제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고리로 경찰을 틀어쥐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 내부에선 “사실상 (윤 대통령과) 한 몸인데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제식구 봐주기’ 수사가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불거진 윤 대통령 가족 관련 의혹은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숱한 잡음을 낳았다. 급기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관련 사건에 대한 윤 당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이후 일부 수사가 속도를 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장모는 요양병원을 불법 운영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 대통령의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의 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도 약 10년 전 저지른 뇌물 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됐다. 검찰이 재수사한 결과이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조사는 물론 종결 처분도 미루고 있다.

국민의힘의 ‘내로남불’이자 공약 파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대선 때인 지난 2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지자 광역자치단체에도 특별감찰관을 도입하는 ‘김혜경 방지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대선 직후에는 “문재인 정부가 자기들 위해서 있는 제도도 없애버리고 특별감찰관 임명도 안했다. 내로남불이란 것인데 그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된다(김기현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법에 규정돼 있는 제도인데 문재인 정부 5년간 임명 안하며 직무유기한 것(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이라고 했다. 그래놓고 두 달만에 입장을 180도 바꾸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실에서 민정수석실과 함께 사정 기능이 사라진 만큼 대통령 산하에 특별감찰관 제도를 운영할 필요성도 사라졌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대통령비서실에서 어떤 사람에 대한 비위나 정보를 캐는 것은 안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실은 대통령 산하 기구임에도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적 지위를 갖는다. 사무실도 대통령실 밖에 위치한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대선에서 당선된 뒤 처음으로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 출근해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과 차담회를 갖고 민정수석실 폐지, 특별감찰관 부활 등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 폐지와 특별감찰관실 폐지는 당초 ‘패키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수위 때하고는 대통령실 구조도 많이 달라졌다. 그런 내용들을 포함해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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