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인사에 부메랑 된 ‘직권남용’

이효상 기자

김기춘·우병우·조윤선 등

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때

주요 인사에 빠짐없이 적용

백운규도 같은 혐의로 수사

서울동부지검이 벌이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의 종착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검찰은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수사선상에 올리는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수사를 확대했다. 적용 혐의는 직권남용이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를 단죄할 때 활용한 직권남용 혐의가 문재인 정부를 겨누는 칼이 된 것이다.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게 사표를 받고 입맛에 맞는 후임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했다고 본다. 형법 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이다.

직권남용 혐의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부활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 주요 인사들에게 빠짐없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국정농단 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초기에 검찰 요직에 발탁되면서 ‘직권남용 전성시대’가 열렸다. ‘직권’이나 ‘남용’ 등 추상적인 개념으로 인해 법원 판단이 엇갈리기도 했지만 직권남용 판례는 점차 쌓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직권남용 판례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거치면서 사실상 정립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문재인 정부 초기 공공기관장 인선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라는 점에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닮은꼴이다. 대법원은 지난 1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검찰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에게 사표를 제출받은 혐의로 김 전 장관을 기소했지만 법원은 임기가 남아 있던 임원 4명에게 사표를 받은 부분만 유죄로 판단했다. 후임 기관장을 내정하고 선발 절차에 관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모두 인정됐다. 환경부와 청와대가 협의해 후임을 내정하고, 내정자들에게 질문지를 미리 제공하게 하는 등 환경부 직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본 것이다. 반면 환경부 직원들이 내정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지 못했거나 선발 과정에서 단순히 점수만 높게 준 경우는 무죄로 판단했다.

김 전 장관 판례를 통해 ‘모범답안’을 확인한 검찰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도 비슷한 사실관계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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