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동기인 이원석…‘살아있는 권력’ 수사 가능할까

허진무 기자    이보라 기자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8일 대검찰청 현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8일 대검찰청 현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7기)는 소신이 강한 원칙론자로 평가된다. 그가 총장에 취임하면 검찰의 수사 강도가 한층 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수통 검사인 이 내정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 사법연수원 동기로 검찰 직할체제를 구축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고 ‘살아있는 권력’에도 손을 댈 수 있느냐에 따라 ‘이원석호 검찰’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이날 지명 직후 서울 서초구 대검 현관에서 소감을 발표하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그는 취재진이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고 지적하자 “검찰의 중립성은 국민 신뢰의 가장 밑바탕이고 뿌리가 된다고 할 수 있다”며 “이 가치를 소중하게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지명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국민의 기본권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정의롭고 공정하게 검찰을 이끌어 달라는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내정자는 검찰총장 공백 상황에서 직무대리를 맡아 검찰 조직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장관과는 검찰 인사와 조직 개편을 협의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믿을 수 있다’는 정권의 판단을 받은 결과가 검찰총장 내정으로 이어진 셈이다. 검찰총장의 참모인 대검 부장들까지 구성이 끝난 상황이지만 직무대리의 자격으로 인사 의견을 제시한 이 내정자가 검찰총장에 부임하면 ‘총장 패싱’ 논란, ‘식물 총장’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할 수 있다.

검찰총장의 역할은 수사팀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도록 외압을 막는 방파제에 비유된다. 이 내정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 내정자는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평검사 시절 상관이었던 홍만표 변호사를 구속 기소할 정도로 엄정하게 수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칙론자에다 소신이 강해 정권 실세인 한동훈 장관에게 마냥 끌려다니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검사들이 많다. 반면 야당은 이 내정자가 ‘윤석열 사람’이기 때문에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같은 이유에서 야당과 전 정부 인사를 상대로 한 수사는 강도높게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이원석호 검찰’의 향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내정자는 특수수사 부서와 기획 부서를 두루 거쳤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서울 중동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서울지검 동부지청(현 서울동부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윤 대통령과 함께 2007년 삼성 비자금 특별수사팀,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근무했고, 2016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일 때는 당시 대통령 박근혜씨를 직접 조사해 구속했다. 윤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자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영전해 보좌했다.

이 내정자는 굵직한 수사마다 성과를 내며 검찰 동기인 한동훈 장관과 ‘투톱’으로 꼽혔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 때도 박영수 특검이 이 내정자의 파견을 원했지만 담당 사건이 많은 특수1부장 여건상 여의치 않아 한 장관이 대신 파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내정자는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월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반발해 사표를 던지자 직무대리를 맡았다. 이후 그가 보인 리더십을 두고는 검찰 안팎에서 긍정적 평가가 많다. 지난 16일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도 이 내정자가 검찰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추진력 있게 업무를 처리한 점을 높이 평가해 4인 후보 중 한 명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이 내정자는 서울동부지검에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을 설치했고, 전세 보증금 사기 피의자를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했다. 5·18 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사건으로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에도 나섰다. 이 내정자는 대검 간부들에게 “1분 1초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자주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내정자는 대검 차장검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한다. 외부 인사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될 경우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서울고검에 꾸려지지만 이번에는 대검에 꾸려진다.

이 내정자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 사법연수원 동기·선배 검사들이 줄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고검장급 검사 중 막내 기수인 이 내정자는 전임인 김오수 전 총장(20기)보다 일곱 기수나 낮다. 검찰에는 동기나 후배가 총장으로 부임하면 지휘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사직하는 관례가 있다. 관례에 따르면 검찰을 떠나야 할 동기·선배가 19명에 달한다. 이들이 지휘부 공백 사태를 피하기 위해 다음 정기 인사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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