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대 영수증도 수사 기밀” “음식점에 피해 우려” …특활비 공개 못한다는 검찰

강연주 기자

‘업무추진비 공개’ 패소 판결에 불복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사 입구의 검찰 마크 앞으로 30일 관계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기자 사진 크게보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사 입구의 검찰 마크 앞으로 30일 관계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기자

검찰이 시민단체가 제기한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공개 요구 재판의 항소심 패소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업추비 지출 증빙 서류에 포함되는 식대 영수증이 수사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이고 ‘정보 공개시 음식점 영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 보조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대로라면 검찰 특활비·업추비 또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30일 입수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상고이유서를 보면, 검찰은 ‘자료의 양이 방대해 재분류가 어렵다’는 점을 비공개 사유로 들었다.

검찰은 “(특활비와 관련된) 자료의 양이 매우 방대해 이를 재분류하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재분류 작업이) 검찰의 정상적인 업무 운용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고 했다. 3년간의 예산 사용 내역 장부를 열람해서 추리고, 이를 전자 파일 형태로 전환해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새로운 정보의 가공 및 생산’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형식의 자료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제공하기 어렵다는 취지이다.

특활비의 집행정보와 지출증빙서류가 ‘수사기밀에 해당한다’는 논리도 폈다. 검찰은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집행일자나 집행금액, 이에 대한 지출증빙서류(지출결의서, 현금수령증, 내부결재서류)만으로도 수사 활동 및 주체, 특히 수사 규모에 대해 유추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특활비의) 투명성은 (감사원 등) 다양한 수단에 의해 익히 확보되고 있다”며 “수사 기밀의 유지라는 공익을 후퇴하면서까지 추가적인 투명성 확보의 공익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보를 공개할 경우 식대를 지출한 음식점의 영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검찰은 “(업추비 공개로) 특정 음식점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해당 음식점 입장에서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심이 집중돼 영업상 이익에 부정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해당 음식점에 언론인들의 출입이 잦아지는 경우 개인 사생활 침해를 우려한 대중들이 해당 음식점을 멀리하게 됨으로써 해당 음식점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하승수 대표)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2017년 1월1일부터 2019년 9월30일까지의 특활비, 특정업무경비, 업추비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 서류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 이어 2심까지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개인이 특정될 만한 정보나 수사규모,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지우고 부분 공개하라고 판시했고,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세금도둑잡아라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대검과 중앙지검에 공개 청구한 특활비, 업추비, 특경비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공직에 있을 때 집행된 내역”이라며 “윤 대통령의 방침대로라면 힘 있는 권력기관인 검찰부터 예산 사용 내역에 대해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특정한 곳에 대해서만 (예산 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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