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 준칙 바꾼 법무부, 검찰 직접수사 길 확대

강연주 기자

검경협의체, 개정안 초안 ‘송치사건의 경찰 요구 원칙’ 삭제

이의신청 사건은 대상서 빠져…일각 ‘떠넘기기 수사’ 우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른바 ‘책임수사제’의 일환으로 수사준칙 개정을 논의해 온 검경협의체가 이 준칙에서 ‘검찰 송치사건의 보완수사 요구 원칙’을 삭제하기로 했다. 검경협의체 주관 기관인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개정 수사준칙 입법예고안 초안에 반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 정부의 검찰 직접수사 범위 확대 기조에 따라 경찰의 모든 송치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도록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경협의체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에서 ‘송치사건의 경찰 보완수사 요구 원칙’을 없애고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늘리기로 정리했다. 현행 수사준칙은 경찰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며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협의체는 수사준칙을 개정하더라도 현행 형사소송법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보고 개정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경은 대신 수사준칙 제59조(보완수사 요구의 대상과 범위)에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마련한 개정 수사준칙 입법예고안 초안에는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하거나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경찰의 수사·체포·조사 과정에서 법령이 위반된 사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수사권이 현저하게 남용됐거나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건 등을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고소·고발인이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반발해 검찰에 제기한 ‘이의신청 송치사건’(이의신청 사건)은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사안에 따라 경찰이 수사할지 검찰이 수사할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의신청 사건을 경찰과 검찰 어느 한쪽이 전담하면 수사 부담이 몰릴 수 있다는 검찰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의신청 사건의 수사 주체를 명시하지 않을 경우 검경 양측이 사회적 관심도가 낮은 사건 처리를 떠넘기려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이의신청 사건의 수사 주체가 명시되지 않으면 어느 쪽이든 특수사건 중심으로 선택적인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수사 주체를 사안에 따라 판단하는 등 수사 ‘재량’의 범위가 늘어나면 사건관계인들이 겪을 인권침해 요소가 늘어날 여지도 있다”며 “선택적·중복적 수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라도 수사 주체나 절차를 법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개정 수사준칙을 이르면 이달 중 입법예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아직 실무진이 협의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해진 게 없다. 입법예고 시기도 양측 협의가 끝나는 시점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해질 것”이라며 “국민 피해가 없도록 충실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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